고승덕 … 가방엔 노란색 돈봉투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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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박근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이 모든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황우여 원내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황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해 검찰의 조사를 받은 고승덕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봉투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고 의원은 “제가 보고 받기론 (돈봉투를 전달한 사람이) 노란색 봉투 하나만 달랑 들고 온 게 아니라 쇼핑백 크기의 가방 속에 똑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끼어 있었다고 보고받았다”며 “(전달자가) 여러 의원실을 돌아다니며 똑같은 돈봉투를 배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 의원의 진술은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 측이 다수의 의원들을 상대로 돈봉투를 살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사건의 파장이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고 의원의 설명과 검찰 수사로 재구성한 돈봉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8년 7·3 전당대회 1~2일쯤 전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젊은 남성이 의원실로 찾아와 고 의원의 여비서에게 “고 의원에게 직접 전해달라”며 노란색 봉투를 건넸다.

 여비서는 이를 잊고 있다가 전당대회 다음날 아침인 4일 고 의원에게 노란색 봉투를 전달했다. 고 의원이 노란색 봉투를 열어보니 속에는 흰 편지봉투 3개가 들어있었고, 표지엔 친전(親展·편지를 받을 사람이 직접 펴 보라고 편지 겉봉에 적는 말)이라고 적혀 있었다. 각각의 흰 편지봉투엔 현금이 신권으로 100만원씩 들어 있었으며, 돈 다발은 하나은행 상호가 적힌 띠지로 묶여 있었다. 봉투 안엔 아무런 직함 없이 ‘박희태(朴熺太)’란 이름 석 자만 한자로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고 의원은 곧바로 당시 보좌관이었던 김모(현 한나라당 시의원)씨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지시했고, 김씨는 당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의장 측을 찾아 여의도 당사 6층의 당 대표실로 갔다. 김씨가 만난 이는 당시 박희태 캠프에서 일했던 고모(현 한나라당 Y의원 보좌관)씨였다.

 김씨는 고씨에게 “박희태 대표에게 꼭 보고하고 전달해달라”며 봉투를 반납한 뒤 수첩에 ‘오전 10시2분’이라고 돈을 돌려준 시간까지 기록했다. 고씨로부터 ‘박희태 대표 비서 고○○’이라고 적힌 명함을 받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검은 뿔테 안경’의 남성이 김씨가 돈을 되돌려준 고씨인지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씨는 언론과 접촉에서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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