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문동환의 부상을 지켜보며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야구 중 잘 바뀌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마 선수들의 혹사다. 여기에 뒤질새라 몇 몇 프로선수들의 혹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것은 단 하나, 성적지상주의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스타가 된 선수가 많다. 하지만 이들 선수들 중 많은 수가 좀 더 오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쓸쓸히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부상 혹은 그 후유증으로 인해 프로에 와서 아마시절 명성에 못 미치는 선수가 제법 있는 데 이들 중 하나인 롯데 자이언츠의 문동환이 결국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까지 왔다.

문동환은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미공제병원에 가서 야마다 박사에게 진단을 받은 결과, 떨어진 팔꿈치의 뼛조각이 인대를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함으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자이언츠 구단측에서 수술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들이 밝히는 이유는 수술한다고 해서 꼭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한 수술 후의 재활을 최소 2년을 해야 하는데 완치 후 나이 30에 가까운 문동환에게는 투수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나는 시기라 물리치료로 대처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어찌 들어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항상 위험이 내포해 있으며 또한 이번 경우는 그 한계가 왔기 때문에 그것은 억지 주장이다. 물론 자이언츠측에서는 수술을 시켜야 하며 또한 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문동환이 어린 시절부터 유심히 봐왔고 또한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그 상황을 조금 아는 편이다.

냉정히 말하면 문동환의 부상은 자이언츠에서만 혹사당했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부산 대천중 시절부터 동래고 연세대 그리고 아마 현대 피닉스 까지 선발-중간-마무리 가리지 않고 흔히 말하듯 소처럼 던졌다.

그렇다고 그 당시 코치들이 몸 상태를 제대로 체킹을 제대로 해 준 것도 아니며 또한 연세대 재학 중에 받은 허리 수술과 실업 시절 받은 팔꿈치 수술 뒤에 제대로 재활훈련을 거친 것도 아니다.

자이언츠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문동환은 입단 초부터 수술 받기를 원했으나 자이언츠 구단은 항상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그에게 오직 물리치료만 강요했다. 당장 써먹기 위해서 수술을 회피하고 물리치료로만 받게 했다.

몇 년을 참더라도 수술을 받게 하고 또한 재활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했더라면 문동환은 좀 더 오랫동안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음을 몇 몇 개념 없는 구단 고위층의 근시안적 사고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동환에게도 문제가 있다. 별명이 ‘곰’ 혹은 ‘소XX’임에도 알 수 있듯이 코치나 선배들이 시키면 시키는 데로 아무 말 없이 던졌다. 실신할 듯 아프지 않으면 그 티를 내지 않아 오히려 그 부상의 깊이가 더 심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프로선수라면 자기 몸을 제대로 관리하고 그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문동환은 프로선수로서 자격이 없다. 물론 구단에 몸 마쳐 충성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매도하냐고 발끈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인상적인 피칭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 하는 팬과 야구 관계자들에게는 배신자와 다름이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자신의 부상 사실을 숨기고 혼자 끙끙 앓는 선수가 적지 않게 몇 명이 있다. 수술을 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그라운드에 설 기회가 박탈당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 아픈 상태에서 던져봐야 베스트 컨디션이 나올 수 없어 결국 난타를 당하고 통증이 심해 검진을 받아 보면 수술로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 결국 자신과 구단 모두에게 손해다.

당장에 닥친 현실도 중요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기를 선수들에게 바란다. 오랫동안 그리고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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