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위험군, 후각 떨어지고 낮에 심하게 졸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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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많은 이들이 파킨슨병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 수년간 파킨슨병을 앓았고, 이는 고문 후유증에서 비롯됐다는 추측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50, 60대에 주로 발병해 노인이 될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질환이다. 국내의 경우 60세 이상 국민의 약 1.5%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처럼 머리에 가해진 반복된 충격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됐거나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알츠하이머 치매나 뇌졸중 같은 뇌의 질환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대부분의 파킨슨병은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 부위가 노화됨에 따라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그 결과 팔다리의 움직임이 조절되지 않아 손발을 떨게 된다. 한쪽 손이나 발에서 먼저 시작해 양손, 양발로 진행하는 특징이 있고 초기에는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떨림 현상이 더 심하다. 병이 진행되면 얼굴의 표정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우울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또한 걸을 때 자세가 구부정한 상태에서 발을 질질 끌게 되는데 쉽게 넘어져서 골절을 당하기도 한다.

초기 증상으로는 떨림이 가장 흔하지만, 약 30%는 떨림 증상이 나중에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처음 증상이 오히려 한쪽 다리가 저리거나 뻣뻣한 통증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어 근육통이나 신경통으로 잘못 알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떨림이나 보행 장애 같은 증상은 뇌신경의 상당 부분이 손상된 후에야 발견되기 때문에 초기에 위험신호를 찾아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후각 장애나 후각 저하는 거의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데, 파킨슨병 증상이 생기기 전이라도 후각 장애나 후각 저하가 있던 남성은 나중에 파킨슨병이 발생할 위험이 3.3배 더 높다고 한다. 또한 남자의 경우 낮에 과도하게 졸린 증상이 있는 경우 파킨슨병이 발병할 위험이 3.3배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또 하루 1회 미만 변을 보는 남자는 후에 파킨슨병이 발병할 위험이 하루 1회꼴로 변을 보는 사람보다 2.7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파킨슨병의 진행 경과 중에 치매도 잘 동반될 수 있다. 최근 ‘브레인’이란 드라마는 원로교수인 김신우(전무송 분)가 파킨슨병과 치매로 투병 중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파킨슨병과 치매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파킨슨병의 한 증상으로 치매가 동반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경과 중에 약 30%에서 치매가 발생한다고 하며, 이는 일반인보다 여섯 배 많은 수치다. 반대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먼저 발생한 경우에도 말기에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루이소체 치매는 치매환자의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치매 증상과 더불어 파킨슨병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치매와 파킨슨병 증상의 시작 시점이 1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루이소체 치매를 의심하게 된다. 루이소체 치매는 헛것이 보이는 환시나 의식혼탁이 더 흔하며 치료도 까다로운 편이다.

원장원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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