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격했더니 팬도 얻고 우승도 하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2호 10면

“2011년 전북은 ‘닥공 축구’를 하겠습니다.”
“닥공이 뭡니까?”
“닥치고 공격입니다.”

최강희의 ‘닥공 축구’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지난해 2월,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을 앞두고 16개 구단 감독이 참석한 미디어 데이에서 최강희 감독은 닥공 축구를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전북은 3월 20일 부산을 5-2로 대파하며 닥공의 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월에는 광주와 인천을 상대로 무려 6골씩을 터뜨리며 대승했다.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역습을 노리는 패턴이 주를 이뤘던 프로축구판에 ‘전주발 닥공 폭풍’이 불어닥쳤다. 전북은 정규리그 1경기를 남기고 1위를 확정 지었다. 챔피언 결정전에 선착한 전북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3경기를 잇따라 치르고 올라온 울산 현대를 꺾고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딱 15분간 수비 축구를 했다”고 말했다. 역습을 노리며 잔뜩 웅크리기로 유명한 팀과의 원정 경기였다. 중앙수비수 3명을 배치하는 스리백 시스템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닥공에 익숙한 선수들이 오히려 어색하고 힘들어했다. 전반 8분 만에 먼저 실점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최 감독은 닥공으로 복귀했다. 이 경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후반기 들어 안정적으로 승점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축구팬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 감독이 닥공을 선언한 배경은 두 가지다. 팀 전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홈 팬들에게 화끈한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전주가 원래 양반 도시 아닙니까. 내가 2005년 부임했을 때 전주 팬들은 우리가 골을 넣어도 짝-짝-짝 박수 세 번 치고 끝이었어요. 지금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열기는 유럽 빅리그를 보는 것 같습니다. 골을 넣으면 모든 관중이 일어나 경기장이 들썩일 정도로 환호하죠”라고 최 감독은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한다.

국내 프로축구는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축구 격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한국 프로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