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원조 보수’ 김용갑 … 김종인에게 좀 조용히 하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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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5일 오전 중앙일보로 흥분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원조 보수’로 불리는 김용갑(76) 한나라당 상임고문이었다. 김 고문은 “아침에 중앙일보 1면 기사(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빼겠다)를 보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당 고문으로서 묵과할 수 없어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육사(17기) 출신으로 한나라당 3선 의원(15~17대)을 지내며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섰고, 2008년 1월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를 빼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바꾸겠다는 것처럼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기본 이념이 보수인데 이걸 뺀다는 것은 60년간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온 주도 세력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자 박정희 시대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에서 ‘보수 삭제’를 공론화한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회 정강·정책쇄신 분과위원장(72)을 내내 ‘김종인씨’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김종인씨는 지구상에 진보·보수(정당)가 없다는데, 어느 나라나 진보·보수가 있고,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에도 있다. 보수가 대한민국 발전을 다 시켰는데, 진보·좌파가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 이걸 나쁘게 치부하고 시대정신에 안 맞다고 매도하는 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으로 가자는 거다.”

 전두환 정권 시절 김용갑 고문이 청와대 민정수석(1986년 1월~88년 2월)일 때 김종인 위원은 민정당 의원(85~88년)이었다. 이어 노태우 정부에선 김 고문이 총무처 장관(88년 2월~89년 3월), 김 위원이 보건사회부 장관(89년 7월~90년 3월)을 각각 지낸 적이 있다.

 “김종인씨가 TV에 나와 인적 쇄신으로 시끄럽게 하길래 1월 1일 국립묘지 참배 행사에서 만나 ‘좀 조용히 해 달라’고 직접 얘기도 했다. 그런데 당의 정체성까지 파괴하려고 한다. 자기 (부패)전력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니 이념 논쟁을 붙여 탈출구를 찾으려는 게 아니냐.”

 ‘원조 박근혜계’인 김 고문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고문이었고 지지하지만 박 전 대표가 뭘 해도 지지하겠다는 게 아니다. 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게 뼈대를 바꾸자는 게 돼선 안 된다”며 경고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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