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坪 공간의 싸움-화장실을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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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광고가 뜨고 있다. 이미 북미에서는 화장실·현금출납기(AT M)·과일 등 틈새 광고장소를 잡기 위해 기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중 화장실 광고가 단연 돋보인다. 신장세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화장실 광고의 선두 주자인 캐나다의 줌 미디어는 91년 첫 해 화장실 광고로 4만 달러를 벌었으나 지난해에는 1천2백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 회사의 고속성장세에 고무돼 대기업들도 화장실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뉴욕 지하철역내에 여자 화장실에 글자가 거꾸로 쓰인 여성용 미용크림 광고물을 부착했다. 거꾸로 부착한 이유는 여성들이 거울을 볼 때 광고 글씨가 똑바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화장실 광고가 광고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의 경우 MBA과정에선 화장실 광고를 새로운 형태의 광고 형태로 인식, 광고학 교과과정에 편입시키기도 했다.

국내에선 인도어비즈(Indoorbiz,www. indoorbiz.com)가 지난 3월 화장실 광고 전문업체를 표방하며 영업을 개시했다. 인도어비즈는 불과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이미 강남 뤼미에르, 씨네월드 아트홀 등 서울시내 50개의 화장실에 미래온라인·데이콤·옥션·아이미디어 등의 광고물을 화장실에 부착했다. 또한 해외 선진 광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줌 미디어·캡티브 미디어 네트워크 등과 사업제휴를 해 놓은 상태다.

화장실 광고가 최근 들어 급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광고주들 사이에 광고 효과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어비즈의 박종평 사장은 화장실 광고 효과에 대해 “TV나 인터넷 광고는 언제든지 채널을 돌리거나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지만 화장실 광고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광고를 봐야 한다. 노출시간 3~5초에 불과한 인쇄매체에 비해서도 화장실 광고는 30~40초가 노출돼 광고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박사장은 또한 화장실 광고의 매력으로 화장실 안에서는 꼼짝달짝 할 수 없는 ‘광고 포로 상태’를 꼽는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는 누구나 앞을 응시하게 된다. 즉 화장실 광고는 1대 1 대면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오스트리아 광고 아카데미 등 해외전문 연구기관의 분석도 화장실 광고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98%가 화장실 광고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광고 노출자의 구매욕구도 68%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사장은 화장실 광고시장 규모에 대해 “국내 옥외광고 시장이 5천억원에 달하는데 이의 10%인 5백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만 해도 3백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인도어비즈만이 화장실 광고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앞으로 다른 광고 업체들도 등장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사장은 또한 화장실 광고는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는 부가적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공공 화장실의 경우 각종 낙서, 음담패설, 술집 광고, 병원 등지의 음성적인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광고물을 몰아 내고 산뜻한 광고물을 부착하면 화장실 문화가 현재보다는 건전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은 그 동안 ‘처가와 화장실은 멀리 할수록 좋다’는 말처럼 광고와 문화의 사각지대로 인식돼 왔다. 이런 탓에 화장실 문화는 곧 선진국의 척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화장실 광고의 활성화로 화장실에 대한 인식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화장실에 앉아서 대기업체들의 광고를 마주할 날이 멀지 않았다.

문의전화 : 02-736-8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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