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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대박 김범수 … ‘지식의 저주’ 뚫고 아무도 안 가본 길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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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식의 저주’.

 미국 스탠퍼대 경영전문대학원 칩 히스 교수는 의사소통 문제를 설명하며 이 개념을 제시했다. 생일 축가와 같이 누구나 아는 노래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린다. 두드리는 사람(노래를 앎)은 듣는 사람(노래를 모름)이 노래 제목을 맞힐 확률을 50%라고 봤다. 하지만 정작 그걸 듣는 사람 중 2.5%만이 정답을 맞혔다.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의사소통에 실패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히스 교수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46)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일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들의 스터디그룹인 중앙비즈니스(JB)포럼에서 정보기술(IT) 업계를 설명하며 이 개념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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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업계에서 ‘지식의 저주’란.

 “어떤 것에 대해 알게 되면 그 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의사소통에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IT업계를 보면 10년에 한 번씩 시장의 틀을 바꾸는 기술 혁신이 오더라. 10년 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 혁명이 그랬고,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이 그랬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웹 시장에서의 전략과 비즈니스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거기서 탈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카카오톡은 ‘웹 시장’에서 탈피한 모델인가.

 “웹 시대에 사용자는 하루 평균 서너 시간 온라인에 접속했다. 데스크톱 앞에 앉아야만 접속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 사용자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언제나 온라인 상태다. 24시간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면서 웹 시대에 존재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도 무너졌다. 이런 시대에서 통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봤다. 그래서 스마트폰용 SNS 앱을 만든 것이다.”

 그가 찾은 답이 맞았던 걸까. 201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톡은 1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더니 그 뒤 3개월 만에 2000만 명, 다시 4개월 만에 3000만 명을 넘어섰다. 2일 현재 가입자는 3200만 명,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는 10억 건이 넘는다. 1분에 69만4440건의 메시지가 전송되는 셈인데, 페이스북(1분에 글 69만 건 업데이트)·구글(1분에 69만 건 검색)과 대등한 수준이다.

 -카카오톡의 성공 비결은.

 “이동통신사의 승인을 받는 구조였다면 실패했을 거다. 우리가 만들고 등록하는 ‘열린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 애플과 구글이 그 시장을 열었다. 그곳에선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아도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다. 자본이 독식하는 ‘규모의 경제’ 시대를 넘어 이제 열려 있고 순환하는 ‘생태계 경제’의 시대가 시작됐다.”

 -대기업(삼성SDS)에 다니다 한게임·NHN 대표를 거쳤다. ‘천성적으로 주류가 될 수 없는 기업인’이란 평가도 있다.

 “난 야전사령관형이다. NHN에서 전문경영인으로 1년 일해봤는데, 체질에 안 맞더라. 판단하고 분석하고 계획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40분씩 산책·샤워·독서·음악감상을 한다. 나는 그때그때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라 내 직관을 믿었다.”

 -NHN을 떠난 후 모바일 기반 벤처를 차린 건 왜였나.

 “돈도 벌었고 사회적 지위도 얻었다. 하지만 정작 ‘이게 정말 성공일까’ 의심이 들었다. ‘잘할 수 있고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안철수 원장의 말이 와 닿더라. 현장에서 기업을 키우는 일이 내겐 그런 일이었다.”

 김 의장은 사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아니다. 거창한 장기 계획을 잡지 않는다. 7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10년, 20년 내다볼 수 있는 내공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다. 나 역시 6개월 단위의 계획만을 세울 뿐이다.” 그는 그러나 꿈(미래)을 기록하고 이미지로 만들라고 주문한다. 기록하지 않고 이미지 없는 꿈은 몽상에 그친다는 거다. “꿈을 어떻게 이룰지 생각하고, 준비가 잘됐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상상하지 않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비즈니스(JB)포럼=중앙일보 산업부 기자들의 학술모임. 경영환경의 급변 속에 각계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성공 전략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발족했다. 그동안 안철수 원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개그맨 박준형씨, 천재 광고인 박서원씨, 중저가 호텔 돌풍을 연 권대욱 아코르앰배서더호텔 대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가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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