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연예술 풍요속 빈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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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축제가 풍성하다.

특히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예술축제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방자치 시대와 함께 피어나기 시작한 지역단위의 공연예술축제는 문화의 서울 편중을 완화하고 공연 장르를 다양화하는 계기가 됐다.

성공적인 공연예술 축제는 해당 자치단체의 홍보수단일 뿐만 아니라 관광 수익 등 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축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예술축제는 연간 40여건.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자리잡은 춘천인형극제와 과천마당극제·춘천마임극제를 비롯해 절반 이상이 지방행사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한파를 이겨낸 이들 유명 공연예술축제는 지방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아 해외 유명단체를 초청하는 등 매년 행사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연예술제의 경우 전문성 없는 기획과 운영으로 일과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홍콩 아트페스티벌 등 세계적 공연예술축제는 대부분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적 기획력과 오랜 축제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축제운영조직체는 국가에 따라 독립법인이나 국가행정기관의 별도 위원회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예술제의 성격에 맞게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전문적 운영체계로 기획·운영된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에 비해 국내 공연예술 축제는 역사가 짧다. 10년 이상의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축제는 서울국제연극제와 춘천인형극제·춘천마임축제·전국무용제 등.

이중 전국무용제는 경연방식의 무용공연행사에 가깝고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국제연극제 역시 국제적인 연극축제로 승격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짧게는 50여년, 길게는 수백년에 달하는 해외 유명 예술축제와 비교할 때 규모나 운영방식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특색 없는 축제운영이다. 인형극·아동극·탈춤페스티벌 등의 분야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국제연극제·국제무용제·국제예술제를 표방하면서 프로그램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축제는 단순한 쇼케이스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해당 장르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필요로 하지만 재정문제를 이유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올해 지방연극제의 경우 외국의 유명 공연단체가 내한기간 서너 군데의 공연예술제에 참가해 "어느 축제나 비슷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불균형한 예산규모도 문제점 중 하나다. 과천 등 일부 지방정부 주최행사의 경우 예술제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비교적 충분한 예산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대표적인 연극제인 서울국제연극제를 비롯해 몇몇 지역연극제는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서울연극제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예술감독제 등 축제 실행단위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예술제 운영조직을 관할해야 예술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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