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이재오 총선 불출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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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비대위원(左), 이재오 의원(右)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치·공천개혁 분과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상돈 비대위원(중앙대 교수)이 28일 이재오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와 이상득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이 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로서 국정 실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원내 안정적 과반수로 출범한 여당이 (집권 말기에) 이렇게 된 사례가 전 세계에 어디 또 있느냐”며 “당연히 총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의 금품비리로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위해선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며 “27일 열린 비대위 첫 회의에서 최구식 의원과 함께 이 의원의 탈당도 거론됐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이상한 발언으로 당을 온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권위를 실추시킨 전직 지도부도 책임져야 하고, 구시대적 발상으로 영남 지역에 안주해 ‘박비어천가(朴飛御天歌·박근혜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칭송하는 발언)’만 부르거나, 존재감 없는 의원들도 박 위원장을 진정 돕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용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004년 최병렬 대표가 퇴진했듯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이 명예롭고 아름답게 물러나줘야 당이 부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잦은 ‘설화(舌禍)를 빚은 홍준표·안상수 전 대표와 일부 박근혜계 의원들까지 퇴진 대상으로 정조준한 것이다.

 비대위 출범 하루 만에 외부에서 영입한 비대위원에게서 한나라당에서 금기시돼 있던 발언들이 쏟아진 셈이다.

이상돈 위원은 이날 “박근혜 위원장과는 (용퇴론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전 복지부 장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당에 부담을 주는 요인은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나라당이 소생할 수 있다. (용퇴론은) 이 교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밖의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위원이 제기한 이상득·이재오 의원 퇴진론 등이 비대위에서 힘을 얻게 되면 ‘박근혜 비대위’의 노선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수준이 아니라 ‘단절’로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는 전날에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 권력형 부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경우 박근혜계와 이명박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한편으론 비대위의 지적에 따라 박근혜계의 영남권 중진들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거대한 인적 쇄신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명박계 인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는 게 총선을 앞둔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당내 화합을 해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측근은 “비대위 전체 의견도 아니고 개인 의견이 아니겠느냐”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죄가 아니라 쇄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도 “이 의원은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 아니냐”며 “이 의원은 (탈당 요구에)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긴장하는 표정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켜보자는 말 외에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곤혹스러워했다.

 청와대는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개혁을 이끄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차별화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왔다. 다만 차별화의 정도가 어느 선까지일지, 실제로 단절까지 가는 게 아닐지 주시하고 있다.

신용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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