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채선당 등 9개 프랜차이즈 평가 1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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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프랜차이즈 수준평가제도 매뉴얼을 보고 예비창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업체 심사항목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직장인의 절반가량이 창업을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창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자영업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위 20%에 들지 못하면 창업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추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여 년간 한 분야의 직장생활을 한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프랜차이즈를 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 소장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글=채승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8개월간 시장조사를 위해 걸어 다닌 거리만 수백 ㎞에 달한다. 새벽 별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 달빛을 맞으며 귀가했다. 부동산업체에서 받은 명함만 수백 장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 중인 한균희(39)씨. 그는 200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창업했다. 빔프로젝터 같은 영상기자재를 납품하는 회사원에서 주점 사장님으로 변신한 것. 처음 시작한 창업치곤 벌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업종 특성상 밤낮이 바뀌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또 메뉴 간소화가 어렵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리해야 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종업원 관리에도 애로가 많았다. 한씨는 결국 가게를 넘겼다.

 한 번 자영업을 한 경력이 있긴 했지만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자니 막막했다. 정보가 없었다. 결국 무작정 길거리로 나섰다. 주요 상권을 돌아다니며 맛있다는 집은 죄다 찾았다. 점심시간에 줄이 긴 가게가 어딘지, 입소문이 좋은 가게는 어딘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업체들은 믿음이 잘 안 갔다. 인터넷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프랜차이즈본부는 가맹점 숫자도 많고 홈페이지도 그럴싸했지만 본사 직원이 3~4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한씨는 8개월간의 고심 끝에 결국 설렁탕 체인을 선택했다. 내년에 점포를 열 예정이다. 그는 “상권 분석 과정에서 본사 직원들이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나와 하루 종일 서서 유동인구 숫자를 체크했다”고 전했다. 본사 견학 과정에서 전문 인력들이 설렁탕 국물 연구를 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한씨는 “중기청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은 것을 확인한 뒤 창업 후에도 본사의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보통 창업자들이 고려 대상에 넣는 20~30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뢰도를 정밀하게 검증하려면 몇 달 동안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며 조사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2700여 개. 개인이 업체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경영능력을 계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창업 전문가들이 유용하다고 추천하는 게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다. 이는 30명의 업계 전문가가 프랜차이즈 사업의 장단점을 계량화해 순위를 매기는 제도다. 가맹본부의 특성·안전성·수익성·성장성 등을 146개 항목에 걸쳐 심사한다. 예를 들어 가맹본부의 수퍼바이저(관리자) 1명이 담당하는 가맹점이 30개면 4점, 40개면 3점, 50개 이상이면 0점을 주는 식이다. 이런 점수들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1~4등급의 점수가 부여된다. 본격 심사를 처음 한 올해는 총 101개 업체가 신청해 9개 업체가 1등급, 27개 업체가 2등급으로 지정됐다. 초록마을·채선당·크린토피아·놀부부대찌개·더페이스샵·와바·본죽·원할머니보쌈·초록마을·아딸이 1등급 판정을 받았다. 건강식품 회사에 30여 년간 다니다 최근 은퇴한 김승길씨는 “막상 창업하려고 해도 지인이 창업을 한 경우가 아니면 정보를 얻기가 힘들고 그나마 얻은 정보도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정보가 창업 실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결과가 좋은 업체와 가맹점주에겐 다양한 혜택이 돌아간다. 1~3등급을 받은 업체의 가맹점주에게는 저리대출을 지원한다. 현재는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3.89%에 5000만원까지 빌려준다.

  평가에 따라 1~4등급이 나뉘지만 4등급이라고 눈 밖에 둘 것이 아니라는 조언도 있다. 일단 올해 첫 본격 평가를 자원 신청한 업체가 전체 프랜차이즈 2700개 중 101개다. 4등급도 그만큼 ‘자신 있는’ 프랜차이즈란 얘기다.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4등급이 1등급보다 좀 떨어지긴 하지만 스스로 수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앞으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4등급은 ‘가능성 있는 업체’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는 견해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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