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특목고 입시 대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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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돼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성찬군·서울 등명중2) “지구도 언젠가는 소멸하게 될 겁니다. 지구과학자가 돼 인류의 미래를 위한 안전한 별을 찾고 싶습니다.” (이상원군·서울 중앙중 2)안군과 이군은 각각 ‘경찰’과 ‘지구과학자’라는 확실한 꿈을 갖고 있다. 그들은 꿈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외고와 과학고에 진학하려한다. 특목고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특목고에는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더군요. 그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극을 받고 싶어요.” 하지만 막연한 목표만 있을 뿐, 특목고 진학을 위해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와 CMS에듀케이션 대치중등영재관 김재규 원장이 ‘고민해결사’로 나섰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해 ‘나만의’ 공부법 찾기

 안군은 명덕외고 일본어과에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초 명덕외고에 진학한 선배를 만나면학분위기와 교육시스템, 교사들의 열정에 대해 들은 뒤 마음을 굳혔다. 임성호 대표는 안군을 보자마자 “명덕외고 입학전형을 아느냐”고 물었다. 안군이 대답을 못하자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의 입학전형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입학전형과 함께 경쟁률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쟁률이 낮은 과에 지원하면 합격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군이 일본어과를 선택한 이유도 영어과보다 경쟁률이 낮을 것 같아서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2012학년도 명덕외고 입시의 경우 일본어과 경쟁률이 영어과 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영어과 경쟁률이 1.3대 1이었던 것에 반해 일본어과는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원서접수 마감일까지 과별 경쟁률을 파악한 뒤 경쟁률이 낮은 과에 지원하는 것도 전략이다.

 안군의 가장 큰 문제는 영어 내신성적이다. 2학년 1학기에는 1등급을 받았지만, 2학기엔 3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고 입시에서는2·3학년 영어성적만 반영하기 때문에 영어내신 평균 2등급을 벗어나면 1차 서류전형 통과조차 힘들다. 임 대표는 “올해 명덕외고 일본어과 합격생들의 영어내신을 자체 조사한 결과 평균 1.38등급이었다”며 “안군의 경우 3학년에 올라가 단 1차례라도 영어내신 2등급을 받으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학습계획서를 토대로 한 면접이 진행된다. 학습계획서에는 자기주도 학습과정과 진로계획, 봉사·체험활동, 독서활동을 담아야 한다. 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만의 영어교재를 만들어보거나 독특한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등 ‘나만의 독특한 공부방법을 통해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내용을 부각시키는 게 좋다. 임 대표는 “학습계획서의 경우 지원동기와 체험·봉사·독서활동이 자신의 진로계획과 일맥상통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경찰이라는 꿈과 관련된 본인의 과거·현재·미래의 청사진을 한번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왜 경찰이라는 꿈을 갖게 됐는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경찰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학업계획서에 첨가하면 된다. 임 대표는 “본인이 입학사정관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학생을 뽑고 싶은 지 생각한 뒤 그에 맞는 진정성 있는 활동을 해 나가라”라고 강조했다.

올림피아드 준비하며 수학·과학 심화학습 필요

 KAIST 입학을 희망하는 이군은 준비과정으로 한성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잡았다. 중학교 내신성적과 수상내역 등 이군의 ‘스펙’을 살펴본 김재규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신성적”이라고 말했다. 과학고 지원자격은 내신 10% 이내지만, 실제 합격자들을 살펴보면 3%를 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 수학·과학 내신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군의 2학년 1학기 성적은 수학 2.5%, 과학 4%였다. 2학기 때도 수학 95점과 과학 96점을 받아 상위 3% 정도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고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이군의 경우 3학년 1학기 성적만 잘 관리하면 성적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김 원장은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도 수학·과학성적이 3% 이내에 들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내신 성적 다음으로 중요한 건 ‘스펙’이다.수학·과학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적을 가진 전국 수많은 학생이 입학하고 싶어하는 곳이 과학고다. 올해 한성과학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경우 70명 모집에 450명이 몰려 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과학창의성 전형 경쟁률도 이와 비슷한 5.9대 1로 70명 모집에 410명이 지원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평가자들의 눈에 띄려면 ‘나만의’ 특색 있는 활동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군은 지난 5월 국가대표로‘세계 창의력올림피아드’에 참가했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창의력올림피아드’에 나가 은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서울학생탐구발표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김원장은 “‘발명’이나 ‘창의력’과 관련한 다양한 대회에서 나가 수상실적을 올렸다는 건 의미가 있다”며 “학습계획서 작성이나 면접과정에서 세계 창의력올림피아드 참가경험을 내세우면서수학·과학과 관련한 심화학습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을 권했다. 수상실적의 경우 입시성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수학·과학 심화과정을 배우려는 열정만큼 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군은 김원장의 말을 들은 뒤 “이번 겨울방학에는 수학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며 “올림피아드 뿐 아니라 내년 1학기에 나갈 수 있는 모든 과학 대회에 나가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무조건 많이 참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 대회를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모습,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과학고보다 먼저 입시가 시작되는 과학영재학교를 지원해 보는 것도 고려해보라”며 “떨어지더라도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하며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황정옥?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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