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읽기 - 중국] 북한 붕괴 ‘최악의 시나리오’ … 중국 “김정은 체제 지지”는 필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이성적 친구 감성적 타인
정덕구 지음, 중앙북스
340쪽, 1만5000원

중국 지도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19일)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반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의 통화 요청에는 이후 며칠째 응하지 않았다. 한국을 보는 중국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십 년간 수십 차례 중국을 왕래하며 중국의 속내를 찾아온 정덕구 니어재단(North East Asia Research) 이사장은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서워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 이사장은 “중국에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는 북한이 조기에 붕괴되거나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져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사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애매하다. 한국에는 ‘동북공정 이야기를 들으며 광개토대왕을 그리워하고’ 혹은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1·4 후퇴를 떠올리는’ 세대가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과 수천 년 동안 형제국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우월감과 친밀감을 동시에 나타낸다. 양국 사이에는 기억하고 싶은 또는 기억하기 싫은 역사가 공존한다. 올 봄 떠들썩했던 ‘상하이 스캔들’과 양국 정보기관 간의 알력 등의 사례를 보면 중국에게 한국은 이성적 우군이요 감성적 타인일 뿐이다. 중국에게 감성적 우군은 당연히 북한이다.

 정 이사장은 신간에서 한·중간 67가지 토픽과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생존에 꼭 필요한 파트너이지 변심한 애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중국을 향해서는 “과거 『손자병법』에서 제시한 원교근공(遠交近攻)을 넘어서 원교근교(遠交近交)해야 하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넘어서 동상동몽(同床同夢)해야 닥쳐오는 전환기 관리에 성공하고 지속발전, 지속안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가 한국에 제시하는 중국의 시대 생존법은 녹녹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 감각을 키워 생존 방정식과 통일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을 속속들이 알고, 긴밀히 소통하고, 상호 공존의 생존 전략을 추구해 나가라.” 바로 중국의 속내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