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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뚝이 2011] 카톡 김범수 … 아반떼 돌풍 김세일 … 유럽 ‘구원투수’ 라가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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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의 경기 위축과 유럽 재정위기. 거기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특허 소송전까지. 세계 경제가 혼돈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든 한 해였다. 하지만 난세일수록 영웅이 나오는 법. 3300만 스마트폰 사용자를 휘어잡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을 더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현대·기아자동차 글로벌 돌풍의 주역 김세일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설계 1실장, 유럽 재정위기의 새로운 소방수로 등장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경제 분야 새뚝이로 선정했다.

가입자 3300만 명 … SNS도‘신토불이’입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국내에서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가장 성공한 애플리케이션(앱)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이를 만든 업체 ‘카카오’의 김범수(45) 이사회 의장은 한게임을 설립한 국내 인터넷 업계의 거물이다. 카카오톡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그를 빼고 올해 정보기술(IT) 분야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달 18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 본사에 150명의 직원이 모두 모였다. 카카오톡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가입자는 3300만 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20%는 해외에서 카카오톡을 쓴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어·중국어 등 12개국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인터넷 접속이 되는 모바일 기기가 늘어나는데, PC에서처럼 무료 메신저를 쓸 수 없을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7년 NHN을 나와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김 의장은 2009년 미국에서 아이폰 열풍을 체험했다. 그해 말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이용자들은 MSN 메신저나 네이트온 등을 많이 이용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일반폰처럼 유료인 문자메시지를 주로 쓰는 형편이었다. 이 틈을 카카오톡이 파고들었다.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용자들이 자동으로 대화 상대로 등록되고, 간편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은 큰 관심을 끌었다. 아이폰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며 카카오톡은 순식간에 모바일 메신저 분야를 장악했다. 이젠 하루 8억 개의 메시지가 모바일 기기 사이를 날아다닌다.

 김 의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게임 때도 그랬다. 서울대 대학원(산업공학)을 졸업한 그는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해 PC통신 ‘유니텔’의 개발과 운영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의 잠재력을 읽었고 온라인 게임업체인 한게임을 차렸다. 카카오톡 역시 남들보다 빨리 모바일 메신저의 가능성을 깨달았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창우 기자

잭슨홀 미팅서 “세계 경제위기” 진단 인정받아

라가르드 IMF 총재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경제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비상이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런 와중에 올 7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에 경제학을 모르는 인물이 앉았다. 프랑스 출신 크리스틴 라가르드(55)다. 그는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청소년기엔 수중발레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몇몇 사람은 우려를 표했다. 보수적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엄중한 시기에 비전문가가 세계 구제금융 사령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은 그가 모국 프랑스와 재정위기국의 충실한 대리인으로 조용하게 처신할 것으로 봤다. 그가 발언한다고 해도 노회한 IMF 참모가 써준 글을 읽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라가르드는 올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연찬회(잭슨홀 미팅)에서 목청을 돋웠다.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험 국면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전염될 것이란 경고였다. 잭슨홀 현장에선 IMF 총재답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유럽 위기는 그리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스페인으로 전염됐다. 경제 현실이 그의 발언이 옳았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최근 라가르드는 다시 목소리를 키웠다.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28개월 탄생 과정 진두지휘, 북미서 20만 대 판매

김세일 현대자동차 상무

북미 지역 20만 대 판매 돌파, 북미 올해 최고의 차 최종 후보 선정,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뽑은 ‘가장 우수한 소형차’, 미 모터트렌드 선정 ‘준중형급 1위 차량’ ….

 이 성과들은 모두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아반떼MD)가 올 한 해 이뤄낸 것들이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에 육박하게 만든 1등공신이 아반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며 ‘베스트 셀링 카’자리를 예약했다.

 이 같은 아반떼 ‘돌풍’ 뒤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설계 1실장인 김세일(53) 상무가 있다. 2008년 4월 신형 모델 개발부터 지난해 8월 출시까지 28개월간의 아반떼 탄생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아반떼 개발 과정은 그 자체로 도전의 과정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비결에 대해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등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독창적이면 뭐 하나. 충돌 시 안전성, 소음·진동, 연비, 내구성, 핸들링 등 기본적인 5대 성능이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해 28년간을 연구소에서 근무한 그는 천생 ‘엔지니어’였다. ‘아반떼 성공으로 보너스가 두둑할 것 같다’고 하자 “엔지니어는 고객들이 좋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가영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게 일한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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