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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메디컬 코리아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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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토후국인 아부다비에서 보낸 환자를 처음으로 맞았다. 지난달 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 등 국내 4개 병원과 환자송출계약을 맺은 아부다비 보건청이 21일 28세의 성대 질환 환자를 보내왔다. 외국 정부 차원에서 보내는 환자를 국내 병원이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의술이 중동 정부의 신뢰를 받은 데 이어 그 지역 환자를 본격 유치하는 물꼬를 튼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의료시설을 확충하고는 있지만 아직 인력이나 의술이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희귀환자나 중환자는 외국에 보낸다. 특히 UAE는 매년 해외 진료에 2조원 이상을 지출하며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 이상을 쓴다고 한다.

 이러한 황금시장을 놓고 그동안 독일과 싱가포르·홍콩·태국 등이 경쟁을 벌여 왔다. 한국은 의료인력이 우수함에도 제도적 문제로 비교적 뒤늦게 뛰어들었다. 따라서 이번 아부다비 환자 진료는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앞으로 중동 환자를 본격 유치하는 큰 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한다. 벌써 아부다비에서 고난도 신장이식 환자를 보낼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UAE의 또 다른 토후국인 두바이도 아산병원에 식도종양 환자를 시범적으로 보내왔으며 다음 달 중 환자송출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 의료계는 중동 환자 본격 유치를 앞두고 무슬림(이슬람신자) 프렌들리 한 의료환경 조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 통역과 이슬람에서 허용하는 할랄 식품을 준비하고, 금기시하는 돼지의 조직을 원료로 한 젤라틴 캡슐 의약품이나 태반 추출물 제제를 배제하며, 기도실을 마련하는 등 문화적으로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뛰어난 의술에 한국인 특유의 손님 배려 전통을 결합하면 어느 나라와 겨뤄도 뒤지지 않는 의료 국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이 5000명을 유치하는 등 한국 의료계는 올해 11만여 명의 외국 환자를 받았다. 외국 환자 진료는 한국의 주요 미래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법적·제도적 정비와 서비스 국제화를 제대로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