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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어린이 뱃살이 성인보다 더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한때 공중파 방송에서 인기를 누렸던 ‘텔레토비’라는 캐릭터는 뜻하지 않게 방송 출연 금지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뚱뚱한 외모가 문제였다. 그래서 ‘텔레토비’의 제작사인 BBC는 비만을 유도할 수 있는 식품 광고에는 텔레토피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텔레토비의 불룩 튀어 나온 배는 건강에 관한 한 대단히 위험한 증상인데, 이를 미화하고 호감 가게 해 아이들이 비만을 긍정적으로 여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 출연 금지의 사유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일까지 꼬투리 잡을 필요가 있을까 하겠지만, 의사인 내 입장에서는 분명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지금의 소아비만 급증 현상에는 분명 각종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비만은 어떤 이유에서든 결코 미화되어선 안 될 대상이다.

사실 내장비만 하나만 두고 보면, 이는 내 몸의 최대 적이라 할 수 있다. 생사를 좌우하는 심장마비, 뇌졸중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내장비만과 그 지방덩이이기 때문이다.

내장비만은 이제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흔히 내장비만이라고 하면 술을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는 남자 어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내가 다년간 진료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내장비만은 소아비만에 더 흔하고 심각한 문제이다.

어른들의 경우 찌운 살이 내장과 피하에 드넓게 분포하는 반면 아이들은 아직 비만의 역사가 짧다 보니 체지방이 올곧게 내장으로 직행한다. 그러다 보니 내장비만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내장비만은 심각한 성인병으로 전이되게 하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비만 환자가 겪는 합병증 대부분은 허리둘레에 쌓이는 내장비만에 의한 것이다. 어린이 내장비만은 성인보다 위험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내장비만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성인이 된 후 발생하는 성인질환의 양상도 더 복잡해지고 심각하다.

양쪽 대퇴골두의 손상이 일어난 아동의 2/3는 소아비만 아동이다. 비만 어린이는 정상 어린이에 비해 20배 이상의 뇌압 상승을 겪는다. 또 뇌압상승은 시각 상실 등의 또 다른 합병증을 일으킨다. 비만 어린이의 30%는 천식으로 고생한다. 비만한 어린이의 80% 이상이 폐기능이 최소 15% 이상 떨어진다. 비만한 어린이의 1/3이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비만 어린이의 94%에서 수면 장애가 나타난다. 각종 담석이 생길 가능성 또한 비만한 어린이가 정상 체중 어린이에 비해 4.2배 높다. 소아당뇨환자의 90%는 비만 어린이에게서 발생한다.

하버드 대학의 아동 성장 보고서는 비만한 어린이가 정상체중 어린이에 비해 매우 높은 사망위험도를 갖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Harvard Growth Study). 대장암 5.6배, 통풍 2.7배, 동맥경화 7배, 심근경색 남자 2.5배, 협심증 여자 3.7배 등 비만으로 인해 촉발되는 성인질환의 위험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영국 Boyd Orr 조사에서도 14세 이하 아동(남 1165명, 여 1234명)을 57년간 조사한 결과, 총 사망률이 정상 아동에 비해 1.5배, 허혈성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 2.5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5-11세 비만아동의 30-40%는 훗날 고혈압을 갖게 된다. 또 정상 아동에 비해 고혈압을 얻을 가능성이 10배 더 높다.

전체 어린이 중 상위 25%인 비만과 과체중 어린이의 경우, 정상 어린이에 비해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는 2.4배 높으며, 나쁜 저밀도단백콜레스테롤 3배 많으며,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질 확률은 8배 높아진다.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낳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뱃살이니 소아 비만 어린이의 통통한 뱃살을 바라보며 귀엽다거나 보기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일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장차 그 아이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뱃살인데 단지 가벼운 웃음거리나 구경감으로 삼아서 되겠는가?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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