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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 나라별 크리스마스 식탁

중앙일보

입력

(위에서 부터)스웨덴 라이스푸딩, 독일 따뜻한 와인, 프랑스 통나무케이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유럽 곳곳의 모습은 특히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다. 반짝이는 조명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흰색과 붉은색의 장식들이 거리 곳곳에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빠질 수 없다. 독일 뮌헨에서 시작돼 유럽전역에 확산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말부터 약 한 달간 열리는데, 사람들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소품과 선물을 사고 판다. 이처럼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다. 유럽연합 대표부의 페드로 산토스 상무참사관에게 유럽 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탈리아·스웨덴은 육류 대신 생선

 유럽 각국에는 저마다 독특한 크리스마스 음식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데 특이하게도 메뉴에 육류가 포함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이탈리아어로 ‘비질리아 디 마그로(vigilia di magro)’라고 하는데 이는 성당에서 육식을 금하였던 날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육류 대신 생선을 식탁에 올린다. 굽거나 튀긴 장어, 오븐에 구운 바닷가재처럼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긴다. 대구나 청어를 소금에 절인 바칼라도 단골 메뉴다. 디저트로는 설탕과 아몬드를 갈아 만든 과자 마지판, S자 모양의 나폴리 전통 쿠키 수자미엘리, 도넛모양의 쿠키 로코코 등을 먹는다.

 스페인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에 육류 대신 바닷가재와 게, 새우 같은 해산물을 먹는다. 포르투갈의 스파클링 와인 ‘스파클링 카바’는 스페인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 빼 놓지 않는 메뉴 중 하나다.

프랑스는 따뜻한 와인 마시며 축하

 프랑스 사람들은 통나무 모양의 케이크 ‘부쉬 드 노엘’을 먹는다. 이는 페리고르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새해 첫날까지 통나무에 불을 지펴 건강을 기원한 데서 유래했다. 이와 함께 따뜻한 와인 뱅쇼를 즐겨 마신다. 뱅쇼는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연말 파티에서 즐겨 마시는 메뉴로 ‘뱅’은 와인, ‘쇼’는 따뜻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와인에 오렌지와 레몬, 꿀, 계피, 정향을 넣고 뜨겁게 데워 만들어 향과 맛이 모두 뛰어나다. 격식있는 파티에도 어울린다.

 뱅쇼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냄비에 물 2컵과 껍질 채 썬 오렌지, 레몬, 정향, 계피를 함께 넣고 20분 정도 끓인 후 체에 거른다. 이를 다시 와인 반 병과 함께 약 5~8분 정도 더 끓이면 완성된다. 단, 너무 센 불로 오래 끓이면 알코올이 모두 날아가므로 약한 불에서 끓이고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 맛을 더하고 싶다면 중간에 꿀과 흑설탕을 넣어 당도를 조절하면 된다. 저렴한 와인이나 남은 와인을 사용해도 돼 경제적이다.

스웨덴, 덴마크는 쌀 푸딩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식사 때 온갖 음식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뷔페식 식사 ‘스모가스보드’를 먹는다. 이와 함께 쌀 푸딩을 즐기는데 푸딩을 만들 때는 아몬드 한 개를 숨겨 놓는다. 푸딩 속의 아몬드를 찾는 사람은 다음해에 결혼을 하거나 행운을 맞게 된다고 믿는다.

 쌀 푸딩 역시 레시피가 간단해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쌀과 물을 넣고 센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춘 후 30분 정도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저어준다. 쌀이 다 익으면 강불로 높인 후 설탕과 우유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옥수수 전분과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잘 섞어준다. 완성된 푸딩은 그릇에 아몬드와 함께 담은 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다.

덴마크에서는 쌀 푸딩을 먹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된다. 덴마크 사람들 역시 쌀 푸딩 속에서 아몬드를 발견하면 다음해에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오븐에 구운 돼지 껍질과 돼지고기, 혹은 구운 오리나 구운 거위를 빵·쿠키와 함께 먹는다.

독일선 구운 과일과 구운 견과류

 독일에서는 숯불에 구운 뉘른베르크 소시지, 생강빵 레프쿠헨, 구운 사과를 즐긴다. 말린 과일과 견과류 설탕을 넣어 만든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과, 구운 밤·구운 아몬드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아몬드와 사과를 먹는 문화는 트리 장식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초 유럽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사과와 호두, 아몬드 등을 크리스마스 트리 나뭇가지에 매달아 뒀다 먹었다. 처음에는 그대로 먹었지만 2차 대전 후 말리거나 굽는 문화가 퍼지면서 구워먹는 것이 일반화 됐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뱅쇼처럼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즐겨 마시는데 독일에서는 이를 글뤼바인이라고 부른다. 따뜻하게 데운 와인은 프랑스와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많이 마시는 메뉴다.

폴란드는 12제자 뜻하는 12가지 음식

 폴란드에서는 전통적으로 버섯 수프,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피에로기, 양귀비 씨를 넣은 면요리 등 12가지 음식을 먹는다. 이 12가지 음식은 12제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쌀로 만든 오플라트키를 나눠 먹는다. 웨하스처럼 조각조각 나누어 먹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웨하스로도 불린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EC" dg agri(유럽위원회 농업 및 발전 집행위원회의 총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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