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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약은 다 똑같다? 원인따라 골라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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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 중인 이소정(가명·28)씨는 겨울만 되면 불안하다. 변비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변비는 기온이 떨어지면 더 심해진다. 최근엔 취업 스트레스가 겹친 탓인지 2~3주 만에 한 번 화장실을 간다. 급기야 지난달엔 새벽에 발생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관장(손가락으로 대변을 빼내는 것)까지 받았다.

장 운동 부족땐 자극성 변비약

식이섬유가 많이 든 채소·과일을 섭취하면 대변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장의 운동성이 많이 떨어졌을 땐 장의 운동성을 강화시키는 약물을 먹어야 개선된다. [중앙포토]

겨울은 변비환자에게 최악의 계절이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춘식 원장은 “겨울철엔 바깥 활동이 줄어 운동량이 많이 준다. 대장의 운동성도 덩달아 떨어져 변비가 심해진다”며 “특히 추운 날씨엔 항문 괄약근도 쉽게 열리지 않아 증상이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변비는 대장의 변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서행(徐行)성 변비’. 변이 서서히 내려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감소하면 대장 운동성이 떨어진다. 결국 대변을 밑으로 밀어내지 못해 장에 오래 남아 있게 되고 변비가 생긴다. 운동량 감소, 신경계통 약(우울증 등) 복용 등이 서행성 변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행성 변비가 생기면 배 전체가 팽팽하고 가스가 찬 느낌이 든다. 변이 대장 안에 머무르는 과정에서 굵고 단단해져 항문 주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정 원장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장의 활동성이 더 떨어져 서행성 변비 환자가 는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출구(出口)장애성 변비’다. 서행성 변비와 달리 대장의 운동성은 정상이지만 항문 주위, 즉 대변이 나오는 출구 쪽에 장애가 생긴다. 대장 경련(痙攣)이 주요 원인이다. 정춘식 원장은 “대장이 바르르 떨리면 항문은 반대로 굳게 닫힌다. 경련으로 내려간 변이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지 못해 변비가 생긴다”고 말했다.

 출산 후 여성도 출구장애성 변비를 많이 겪는다. 정 원장은 “출산 시 힘을 주면서 골반이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장의 윗부분도 같이 내려와 직장 부분에 겹쳐 쌓인다(장중첩)”며 “이때 직장의 공간이 좁아져 변이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비는 배변 시 힘을 엉뚱한 데 주는 습관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힘을 잘못 주면 대변이 항문 쪽이 아니라 직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질벽 쪽으로 밀린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변비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민 원장은 “변비를 방치하면 항문이 찢어지는 치질·치루, 심하면 장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 변비엔 섬유질 든 약

변비의 첫 번째 치료는 약물치료다. 장 운동기능이 떨어진 서행성 변비환자라면 ‘자극성 변비약’을 먹는다. 대장 근육을 직접 자극해 운동시켜 변이 아래로 잘 내려가도록 돕는다. 베링거인겔하임의 둘코락스 에스가 대표적이다. 이 치료제는 위·소장에선 분해되지 않고 대장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주로 잠들기 전 섭취하면 7~8시간에 걸쳐 장 운동을 촉진, 아침 배변을 가능케 한다.

 음식물 섭취가 적어도 장 운동성이 떨어진다. 민영일 원장은 “대장이 운동하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음식물이 뭉쳐져야 하는데, 다이어트 등으로 음식 섭취 절대량이 적으면 대장 운동성이 확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때는 변의 부피를 늘리는 섬유질이 든 변비약(팽창성 변비약)을 먹는다. 물과 함께 섭취하면 약 속에 포함된 식이섬유가 부풀어 올라 변의 양을 증가시킨다. 변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삼투성 변비약은 변에 물을 많이 포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약제다. 육류나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변이 굵고 딱해져 쉽게 배출되기 어렵다. 삼투성 변비약은 물과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마크로골이라는 성분이 변에 물을 많이 흡수하게 해 배변을 부드럽게 한다. 둘코락스 발란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적인 배변훈련(바이오 피드백)을 하는 것도 배변에 도움이 된다. 민 원장은 “변이 바른 통로로 정확히 나오게 하는 배변훈련으로 출구장애성 변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방향으로 항문에 힘을 주게 한 뒤 가장 바람직한 배변 자세를 찾는 방법이다. 약도 잘 듣지 않는 출구장애성 변비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배지영 기자

변비 체크리스트

■ 배변 횟수가 1주일에 3회 미만이다.

■ 배변 시 항문이 오랫동안 꽉 막혀 있다 열리는 느낌이 든다.

■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는다.

■ 변이 몇 개씩 덩어리진 채 배출되고 단단하다.

■ 힘을 무리하게 줘야만 배변이 가능하다.

■ 항상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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