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덮은 중국 CO2 띠, 한반도 집어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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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대륙 곳곳에서 치솟은 붉은 화염이 동쪽 한반도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화염은 금방이라도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다’.

 국립기상연구소가 최근 개발해 공개한 탄소추적 시스템의 동영상 속 장면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농도가 짙을수록 붉게 표시된다. 붉은 화염은 그만큼 CO2가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탄소추적시스템으로 확인한 아시아의 CO2 배출 상황. 봄철 중국에서 배출된 CO2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한반도와 일본까지 뒤덮는다(왼쪽). 여름철엔 몽골·시베리아의 초목이 광합성을 하며 CO2를 흡수해 농도가 크게 떨어진다(오른쪽). 농도가 짙을수록 붉은색을 띤다. [국립기상연구소 동영상 촬영]<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8일 국립기상연구소가 공개한 탄소추적 시스템은 전 세계 100곳에서 측정한 CO2 농도를 바탕으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파악하는 체계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각 지점에서 측정한 CO2 농도와 기상 상황을 바탕으로 어디서 배출됐는지를 역추적할 수 있다. 배출의 책임소재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처럼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할 때 더 유용하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또 지역별 인구밀도와 삼림·식생의 계절적 변화, 인공위성의 산불 발생 데이터를 추가해 더 정밀한 배출량 계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에너지 사용에 따른 연간 CO2 배출량이 57.5억t으로 미국(57.9억t)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탄소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삼림 등에서 흡수하는 양을 뺀 순배출량을 도출하면 50.8억t으로 미국(42.6억t)을 제치고 1위가 된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도 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량은 10위권 밖이지만 순배출량을 다시 계산하면 5위와 7위가 된다. 열대우림을 태우고 개간하는 과정에서 CO2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숲이 많은 러시아와 캐나다는 흡수량이 더 많다. 100곳의 데이터는 미국 해양대기국(NOAA)으로부터 전송받는다. 이 중 한국은 아시아 지역을, 미국은 북미 지역을, 네덜란드는 유럽 지역을 맡아 정밀분석을 한다. 기상연구소 조천호 기후연구과장은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며 “탄소추적 시스템은 각국의 CO2 배출량을 검증하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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