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벤처 현장을 가다] 상. "금맥 캐자" 한국IT업체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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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홍승일 기자] SK가 지난 5월 중국에 파견한 '벤처특공대' 20여명은 두달여 동안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를 누비고 있다.

딱 부러진 사업 아이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몸으로 부닥쳐 정보통신(IT)분야의 유망 벤처를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SK는 이를 위해 관계사의 중국 벤처사업 조직을 종합상사인 SK글로벌 베이징 지사로 한데 모았다.

요즘 베이징 '차이나 밸리' 는 이처럼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에서 황금을 캐려는 한국 기업으로 붐빈다.

LG투자증권 오세웅 벤처사업본부장은 "올 봄 기세가 한풀 꺾인 국내 IT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 보려는 것 같다" 고 풀이했다.

현대.삼성.LG.SK 등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 벤처기업.벤처캐피털도 개별적으로 또는 시장 조사단을 구성해 앞다퉈 중국행 여객기에 몸을 싣고 있다.

한국대사관.대한상공회의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베이징 현지 한국지원기관들에는 중국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모국 방문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상의 벤처조사단을 맞은 양웨이둥 중국전자상거래협회 비서장(사무국장)은 "올 봄부터 중국 시장을 살피려는 한국 기업조사단의 방문을 대여섯 차례 받았다" 고 말했다.

◇ 한국 기업이 달려온다〓7천여개 벤처기업이 밀집한 중관춘 지구엔 최근 한국 기업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중국 진출 컨설팅회사인 e차이나센터의 배우성 사장은 "올들어 벤처사업을 탐색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크고 작은 업체가 1천개쯤 될 것" 이라고 말했다.

LG전자.메디슨은 최근 중국 합작법인을 세워 중관춘 안에 곧 준공할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의 2개층을 사들였다.

올 가을께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망업체를 발굴하려는 LG투자증권의 벤처팀이 지난달 하순 현지를 다녀갔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투자회사 e삼성도 지난 5월 베이징에 e삼성차이나를 설립했다. 전자상거래.보안시스템 등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도 베이징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벤처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베이징에 한컴차이나를 설립해 PC방 사업에 나섰다.

이네트는 현지법인을 통해 자사 인터넷 솔루션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중국내 판촉을 강화했다.

쓰리알소프트(메일 서비스).레떼컴(인터넷 카드).영산정보통신(사이버 교육).한소프트넷(PC방).인츠닷컴(포털사이트).e코인(전자화폐).리눅스원(PC 운영체계)등도 베이징에 사무소.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했거나 진출을 모색 중이다.

벤처 투자회사인 KTB네트워크는 지난달 도쿄지사를 세운 데 이어 올 가을께 베이징 지사를 설립하기 위한 조사단을 지난달 말 파견했다.

중국내 벤처 투자와 남북한 경협사업을 할 계획이다. 두산 계열의 네오플럭스캐피탈이 최근 중국 투자환경 조사를 마치는 등 군소 창업투자회사도 잇따라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차이나센터는 베이징의 칭화대학과 제휴해 현지 인터넷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칭화대 안에 40명을 석달 과정으로 가르치는 IT교육센터를 다음달 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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