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지치면 눕고...마시고...

중앙일보

입력

"어! 여기 정말 극장 맞아."

지난달 29일 분당에서 문을 연 극장 CGV 오리11의 '골드 클라스관' (031-728-5260)은 한마디로 극장에 대한 기존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항공기의 퍼스트 클라스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란 홍보문구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일반 극장으로 치면 1백80석이 들어갈 자리를 30석으로 축소했다. 그것도 좌석 가운데 개인 테이블을 사이로 한 쌍씩 배정돼 실제론 15쌍을 위한 극장이다. 그러니 전후좌우 공간이 넓을 수밖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등받이를 뒤로 한껏 밀어도 거추장스러운 게 전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체공학을 고려해 설계된 좌석의 편안함이 그만이다. 게다가 노란빛 별모양이 박힌 군청색 카펫이 출입구부터 극장 내부까지 깔려 있어 별천지에 들어온 느낌이다.

좌석에선 와인부터 커피까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극장 밖에 마련된 바에 별도의 요금을 치르고 주문하면 관객이 원하는 시간에 좌석으로 친절하게 배달해 준다. 7~10명의 전담직원이 붙어 일류호텔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문제는 만만찮은 가격. 관람료와 (공간)이용료 합해 1인당 2만원이다. 한 쌍이 들어가면 4만원. 마케팅 담당 이지연씨는 "그래도 일반극장으로 사용할 때보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 며 "다만 최근 급증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과 차별화를 시도해 극장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한다" 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 탓에 주 고객층도 30대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극장측은 기업체 사업설명회나 세미나, 생일.결혼 등 각종 이벤트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그래도 남는 씁쓸함 한가지. 기술복제시대의 대표적 대중예술인 영화마저 신분차별의 기호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퀴퀴한 극장에서 젊은 날을 보낸 시네마 키드들에겐 어쩐지 거북스런 자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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