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대표 평가전 논란

중앙일보

입력

김제경(삼성에스원)이 아름답게 은퇴하던 매트 한쪽에서는 `어른들'간 볼썽사나운 말싸움이 벌어졌다.

김제경의 시드니올림픽 출전포기에 따라 2일 열린 평가전을 놓고 대한태권도협회와 김제경의 소속팀인 삼성이 티격태격한 것.

"평가전은 선발전 당시 이미 결정돼 김제경, 김경훈, 문대성 등 삼성선수 3명에게 통보된 사안"이라는 협회 주장에 삼성측이 "그런 말을 듣도 보지도 못했다"고 맞서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기에 김경훈에 패해 시드니행 티켓을 놓친 문대성이 경기후 인터뷰에서 "결과에는 승복하지만 평가전 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협회 행정의 난맥상을 질타해 자리가 더욱 어색해졌다.

삼성측 주장은 간단하다.

김제경, 문대성, 김경훈이 1∼3위로 뽑힌 올해 선발전 결과에 따라 문대성이 김제경의 자리를 이어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협회가 권한을 남용, 평가전을 만들어 일을 꼬이게 했다는 것.

삼성 김세혁 감독과 문대성은 "1위 선수가 못 나가면 2위 선수가 출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되묻고 "도대체 왜 협회는 선발전에서 1, 2, 3위를 가렸는 지 이유를 대라"고 따졌다.

언뜻 들으면 삼성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해프닝은 삼성이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당초 김제경의 대표선발전 우승은 물론 문대성과 김경훈이 2, 3위를 차지한 것도 선수들간 `양보'에 이뤄진 때문.

선후배 간 우정을 떠나 이번 사안은 팀이 개입한 `담합'으로 비춰지기 충분했고,이러한 일이 선례로 남을까 우려해온 협회는 마치 때를 기다린 듯 평가전을 열어 진정한 승자를 가리게 된 것이다.

이승완 협회 부회장은 "스포츠에 우정이니 양보니 하는 말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원칙론'을 강조하고 "협회의 사전 통보 여부를 떠나 팀과 선수들끼리 올림픽 출전권을 좌우한다는 것은 국익과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 역시 대표선수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선발전 규정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례없는 평가전을 강행, 올림픽을 앞두고 혼선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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