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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7등급, 대학 대신 기업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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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2년도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논술 수시합격, 수능 1.7등급, 중국한어수평고시(HSK) 3급…’.

 13일 대우조선해양이 발표한 고졸 신입사원 합격자 중 하나인 이혜림(17·부산국제외국어고 3학년)양의 스펙이다. 평소 무역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양은 4년제 대학 대신 대우조선해양을 택했다. 부모님의 격려가 이양을 북돋워 줬지만 이 같은 선택을 하기까지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 이양은 “오로지 대학 진학만을 최우선시하던 학교 선생님들의 반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년간 대학을 다니는 것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확실히 실무를 익히는 게 더 놓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합격 통보를 받기 전에 본사가 있는 거제도를 다녀왔다. 현장직원분들이 4년 뒤 대졸 취업자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키워줄 자신이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믿음이 간다”고 뿌듯해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내년도 사무관리직 고졸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이는 모두 110명이다. 서류전형에만 3200여 명이 몰려 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 94개 고교에서 합격자가 나왔고, 이 중 여학생은 24명(22%)이다. 학생회장 출신부터 텝스 950점자, 새터민 학교인 한겨레고 출신자 등 지원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 애초 공지했던 수보다 10명(10%) 더 뽑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처음 실시하는 고졸자 사무직 공채를 알리기 위해 10개 조의 채용 홍보단을 꾸려 전국의 고교 700곳을 돌며 설명회를 열었다. 서류전형·적성검사·면접에 이르는 채용 과정에서 회사 측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지원자들의 인성과 성장 가능성이었다. 인사팀 관계자는 “조선해양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봤고, 지원자들 중에는 대졸자보다 본인과 기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친구가 많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채용 합격자들은 내년 1월에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중공업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곳에서 1년간 합숙하며 인문·사회과학과 같은 기본 교양과목이나 회사 생활에 대한 기본 소양과목을 수강하게 된다. 이후 실무부서에 배치돼 일대일로 정해진 멘토와 함께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집중 어학교육도 받는다. 이 회사 남상태 대표는 “합격자들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중공업사관학교에서 이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갈고닦아 세계 최고의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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