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은철, 공기소총에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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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33.한국통신)이 한국사격 사상 첫 올림픽 개인통산 2관왕에 도전장을 냈다. 금메달 타깃은 10m 공기소총. 8년전 바르셀로나에서는 전공인 소구경소총복사에서 금메달을 명중시켰지만 이번 시드니에서는 `자천타천'으로 종목을 공기소총으로 바꿨다.

이제껏 그가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종목은 소구경소총.

이은철에게 공기소총은 한낱 `참가의 의의'를 두는 종목이었으나 지난달 애틀랜타 월드컵대회에서 본선 1위, 결선합계 5위에 올라 `큰일'을 낼 가능성을 보였다.

공기소총으로의 종목 전환은 긴 슬럼프를 겪고 난 최근의 일이었다.

전공인 소구경소총에서 한계를 느낀 터에 올해 대표선발전에서도 공기소총 티켓을 따내 선수인생에 승부수를 띄우게 된 것.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부진이후 슬럼프에 빠져 한때 은퇴를 결심했던 이은철은 주위의 설득에 `이대로 20년 총잡이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 다시 사선에 나섰다.

시작은 초라했다.

지난해 말 번외선수로 나선 오세아니아사격선수권대회에서 `식은죽먹기'인 올림픽 출전자격(MQS)를 따냈지만 지난 5월 대표선발전을 가까스로 통과했을 때 만해도 평균점수 590점대 초반으로 세계수준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에 복귀한 뒤로 `역시 이은철'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공기소총에만 전념하며 맹훈련을 거듭한 결과, 격발을 조절하는 법을 체득하면서 평균 595점대를 꾸준히 유지할 만큼 적응에 성공했다.

특히 겁없이 세계정상에 도전하는 10-15년 아래의 어린 여자후배들의 투지는 그에게 다시 한번 의지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신선한 자극이 됐다.

이제 올림픽까지는 40여일.

시간은 촉박하고 세계정상의 벽은 두텁지만 현재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선진입은 물론 메달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분석이다.

시드니행에 성공, 국내 최다인 5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은철은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하진 않지만 한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적 또한 없다"며 예사롭지 않은 결의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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