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安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돈을 낳고, 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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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인드가 중요

김홍선 사장은 기술적인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기위해 반드시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보안업체 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41)의 일관된 인생 주제는 신뢰다.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는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직원들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인터넷 관련 분야들 가운데 보안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믿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인터넷 업체에게 제공한다. 업체도 제공된 개인정보를 신뢰하기 때문에 역시 기업 차원에서 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상호신뢰관계가 깨어지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 자체도 무너진다. 이같은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보안업이라고 김사장은 생각한다. 신뢰를 구축해 주는 과정에서 이윤도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만난 사람을 언젠가는 다시 만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로 속일 수 없죠. 국제 사업에서는 신뢰가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시간적인 개념에서의 신뢰관계는 국제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이죠.”

김홍선 사장이 강조하는 글로벌 마인드도 따지고 보면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김사장은 국내 인터넷 시장이 너무 협소하다고 본다. 결국 우리 나라 벤처기업의 목표는 세계시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용이 없으면 결코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게 김사장이 국제 사업에서의 신뢰를 중시하는 이유다.

“국내를 보고 기업을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마인드가 반드시 필요하죠. 기술적인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세계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봅니다. 고객의 필요를 알기 위해서도 국제적인 감각은 정말 소중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김사장은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생들이 창업하는 것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배워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아직 창업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창업과 관련해서는 60, 70년대와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관리를 비롯해 재무 등 대부분을 창업주가 알아서 해야 하지요. 그러한 일을 하는데는 지식 이외에 경험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기업이나 벤처에서의 경험이 창업을 하는데 중요한 재산이 됩니다. 하면서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사업을 하게 되면 자기 계발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김사장은 미국 유학 후 귀국해 삼성전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것과 미국 컨설팅 회사에서 각종 비즈니스 경험을 한 것이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의 퍼듀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막연히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 후 미국 컨설팅 회사인 TSI社에서의 여러 가지 비즈니스 경험은 김사장이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결정적으로 굳히게 만든다.

“저는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어요. 선배나 동료 대부분이 학교에 남았고 저에게도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선택을 잘 한 것 같아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기업

95년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시절은 바로 IMF가 터진 98년도. 공공부문의 보안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사이버게이트인터내셔널과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던 바로 그때 IMF의 혹한이 몰아친 것이다. 살고 있는 집뿐 아니라 가족 친지의 집까지 모두 담보로 잡혀 자금을 조달했다. 김사장은 그 당시를 ‘암흑’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사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까웠어요. 어떻게 해서 일군 회사인데…. 또 헐값에 회사를 매입하겠다는 제의도 들어왔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팔고 싶었지만 허무하기도 하고 이성적으로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도 들어 끝까지 잡고 있었죠. 당시 많은 보안업체가 문을 닫았습니다.”

98년 하반기부터 회복 되기 시작, 시큐어소프트의 매출 증가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큐어소프트는 지금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12월 전문 경영인을 대거 영입하면서 갖춰진 진용이 현재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또한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신난다”고 말할 정도로 회사가 활기차게 돌아간다.

김사장은 지난 3월을 결코 잊지 못한다. 대규모 외자 유치를 받았던 시기다. 그것도 투자업체를 김사장이 골랐다. 글로벌 스탠더드, 캐피털 인터내셔널, 소프트 뱅크, 아틀란티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업체로부터 3백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지난 해 11월부터 세계를 돌며 투자설명회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확히 회사의 비전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러한 활동이 외자 유치로 결실을 맺은 것이죠. 시큐어소프트의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벅찬 기억이죠.”

김홍선 사장은 TV는 잘 보지 않지만 비디오는 즐겨 본다. 한때는 비디오 테이프를 수집하기도 했다. 법정 드라마는 김사장이 좋아하는 장르다. 액션이나 코미디 프로도 좋아한다. 머리를 식히기에는 그만이다. 미국에 있을 때 녹화해 두었던 시트콤도 가끔 되감아 본다.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봅니다. 학연이나 지연을 싫어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또 사람간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죠. 모든 것의 출발점이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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