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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밭매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8호 43면

무딤이 들판은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습니다. 가을걷이를 끝내면 보리나 밀, 마늘이나 양파를 심습니다.
일손 빠른 부인과 그 곁에 있기를 어색해 하는 남편을 만났습니다.
쉬지 않고 호미질을 하는 손 빠른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땅이 굳어 쪼고 있어요.” “땅이 보슬보슬해야 마늘이 숨도 쉬고 잘 크지요”
“마늘 밭이 크네요!” “밭은 내 밭이지만, 우리 농사지을 때 도와준 사람들과 고랑을 나눠 농사지어요.”
호미질도 끊이지 않고,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 무척 살가운 아줌마입니다.
그에 반해 등 슬쩍 돌린 아저씨는 영 어색함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니~ 아저씨는 호미도 없고, 고무신 신고 밭일 나오셨어요?” “아저씨는 그저 놀고 있네.”
웃으며 구박했습니다. 대답은 손이 바쁜 아줌마였습니다.
“아녀요. 나를 예까지 태워주니 그걸로 고맙죠. 나는 운전도 못하는데.”
들판에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웃음을 지으며 아저씨 이름까지 가르쳐줍니다.
중늙은이의 식은 마음에 죽비를 때리는 젊은 아줌마가 있어 무딤이 들판은 더 아름답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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