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일요영화]〈월하의 공동묘지〉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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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공동묘지〉MBC 밤 12시20분

풀어헤친 머리와 소복차림, 억울하게 죽은 주인공이 공동묘지에서 일어나 복수하는 줄거리, 여기에 '전통사회에서 억압당한 여성의 한풀이'라는 주제까지 한국 전통 공포영화의 특징을 두루 보여주는 1967년 영화.

주인공 월향을 죽음에 몰아넣은 것은 안방마님 자리를 노린 찬모의 음모로 설정돼 있지만, 여성 시청자라면 실속없이 사람만 좋아뵈는 남편에게도 방조죄를 물을 만하다.

강미애·박노식·도금봉·황해·허장강 등 출연. 권철휘 감독.

▶〈파멸의 늪〉EBS 오후 2시

현대 사회의 원론적 철학에 천착해온 프랑스 거장 장 르느와르 감독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개작해 1959년 만든 TV용 흑백영화. 정신과 의사 코르들리에 박사는 변호사가 된 어린 시절 친구 졸리를 시켜 오팔이란 이름의 낯선 남자에게 전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한다.

각종 범죄사건의 용의자로 추적당하는 오팔은 코르들리에의 악한 분신. 장 루이 바로·장 토파르·미쉘 비톨 주연.

원제 Le Testament du Docteur Cordelier.

▶〈데드 프레지던트〉KBS1 밤 11시5분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미국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을 그린 영화는 한둘이 아니지만, 1995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주인공의 피부색부터 이전의 영화들과 다르다.

앤서니(라렌즈 테이트) 는 뉴욕 빈민가 출신의 흑인 소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앤서니는 고교동창생인 호세(프레디 로드리게즈)와 함께 베트남으로 향한다.

이들은 호세의 손목이 잘리는 등 죽을 고비를 몇 차례나 넘긴 끝에 고향에 돌아오지만, 기다리는 것은 주위의 무관심과 실업자 신세뿐이다.

그 사이 여자친구가 아기를 낳아 가족을 거느리게 된 앤서니는 친구들과 함께 현금수송차를 털기로 한다.

그 와중에 호세는 목숨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훔친 돈마저 불에 타 거의 남은 게 없다. 그나마 무절제하게 돈을 쓰던 고교동창생 스킵(크리스 터커) 역시 마약과용으로 숨진다.

28세 쌍둥이 감독 앨런과 앨버트 휴즈는 갱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로스앤젤레스 10대들의 좌절을 적나라한 폭력장면과 함께 묘사한 1993년 데뷔작 〈사회에의 위협〉으로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두번째 영화인 〈데드 프레지던트〉의 무대는 60년대 뉴욕으로 옮겨졌지만, 빈곤과 범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흑인 청년들의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다.

원제 Dead Presi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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