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STYLE] 찬바람 막고 가릴 건 가리고 … 고마워, 케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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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프+원피스=코트’ 형태로 나온 올겨울 제품 중 케이프만 따로 입은 모습이다. 추위가 덜한 날 시도해 볼 만하다. 소매가 없으니 목이 긴 장갑을 끼면 좋다.

올겨울 의류 매장에 ‘케이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케이프는 목과 어깨를 감싸면서 소매는 없는 외투를 일컫는다. 여성복 브랜드 ‘헤지스 레이디스’ 김유빈 디자인 실장은 “춥고 예측하기 힘든 날씨”를 케이프 유행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김 실장은 “추위가 심하니 재킷·코트 위에 덧입을 옷이 또 필요하고, 변덕스럽게 기온이 오르락 내리락 하니 입고 벗기 편한 케이프에 소비자 관심이 늘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고 있는 영국 신사풍의 격식을 갖춘 복식 문화도 케이프 바람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서울 청담동 헤지스 매장 매니저 정혜윤씨는 “지난해 1~2가지 기본형 케이프만 나왔던 것이 올핸 가짓수도 4~5개로 늘고 색상도 추가됐다”고 전했다.

 본래 케이프는 남성들도 애용하던 의복이다. 중절모를 쓴 서양 신사가 코트를 입고 어깨에 걸치던 짧은 망토를 연상하면 된다. 패션전문학교 에스모드 서울 홍인수 교수는 “요즘엔 여성용이 대부분이지만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들이 예식 등에 입는 긴 망토도 크게 보면 케이프의 한 종류”라고 소개했다. 홍 교수는 “그러던 것이 18세기 들어 풍성한 치맛자락과 어깨를 훤히 드러낸 드레스 차림 여성들에게 간편한 겉옷으로 각광받게 됐다”고 말했다.

 소매가 없어 입고 벗기 편하고 길이가 짧아 풍성한 드레스 치마를 거추장스럽게 덮지 않는 모양새인 이 시절 케이프가 요즘에도 기본형 케이프로 나오고 있다. 대개 기본형 케이프는 가슴 윗부분을 살짝 가리는 길이인데 여기서 길이를 달리해 조금 더 멋을 낸 케이프도 있다. 케이프라 불리기 위해선 소매가 없어야 하는데 허리선까지 내려오는 변형 케이프는 코트와 많이 비슷해 보인다. 코트를 닮았지만 소매가 따로 재단돼 있지 않아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외투 천에 자연스럽게 굵은 주름이 잡히는 게 특징이다. 회사원 김영주(29)씨는 “코트를 입고 안에 두꺼운 스웨터를 입으면 뚱뚱해 보여 입기 부담스럽다”면서 “이럴 때 케이프는 체형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옷 주름이 여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몸의 윤곽을 적절히 가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판초 형태 케이프. 3 목 둘레에 털 장식을 넣은 케이프. 4 패딩으로 만든 케이프. 5 케이프 안쪽에 양털을 덧댄 형태다. 6 풍성한 코트처럼 보이지만 소매가 없는 케이프 모양새다. 7 털 소재로 만든 케이프에 모자를 달았다.

 케이프에 소매가 없어 생기는 불편함을 보완한 시도도 올겨울 케이프의 한 특징이다. 소매 없이 어깨 위에 걸치기 때문에 팔의 움직임이 크면 케이프가 쉽게 벗겨지는 점을 간단한 아이디어로 보완한 것이다. 케이프를 입었을 때 팔과 몸통 사이로 떨어지는 부분에 단추 등 간단한 잠금장치를 달았다. 단추를 잠그면 팔에 걸치는 케이프 천이 넉넉한 소매처럼 변하기 때문에 케이프가 흘러내릴 걱정이 없다. 다만 단추를 잠그면 체형을 가리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케이프 천의 주름이 덜 져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케이프가 인기 품목이 되다 보니 기본형 케이프에 변용을 시도한 것들도 눈에 띈다. 여성복 브랜드 ‘모그’에선 ‘케이프+원피스=코트’를 내놓았다. 따로 케이프만 걸칠 수도 있고 모직으로 된 원피스만 입을 수도 있다. 둘을 한꺼번에 입으면 코트 모양새여서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혹독해진 겨울 추위 덕에 각광 받기 시작한 패딩 의류에도 케이프 바람이 불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서 케이프 모양으로 만든 패딩 의류 ‘비바 판초’가 그것이다. 성가은 노스페이스 마케팅팀 이사는 “새로운 모양의 다운 재킷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패딩으론 처음 기획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성 이사는 “원래 패딩으론 케이프처럼 퍼지는 형태의 옷을 잘 만들지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패딩으로 이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올겨울 케이프 형태 의류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협조=정유진(모델·K-PLUS), 마리의 정원(헤어&메이크업), 비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진행), 라운지8 by TNGTW·오즈세컨·모그·시스템·TNGTW·헌터·헤지스 레이디스·코데즈컴바인 하이커·케이트 아이린·SJSJ·이뮤·르윗·만다리나덕·앵글로마니아 by 다리인터내셔날

※강승민 기자의 ‘스타일 사용설명서’는 JTBC <모닝쇼7>(월~금 아침 7시~8시20분)에서 목요일마다 방송됩니다.

스타일 사용설명서 - 중앙일보·JTBC 공동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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