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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능로봇 개발 열정 … ‘지역 대학이 미래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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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 돕는 로봇, 재활 돕는 로봇, 군사용 로봇, 동물로봇이 사는 동물원. 학생들이 꿈꾸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종희·국래헌·이유나(왼쪽부터) 학생이 감성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영회 기자]

로봇이 청소를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며 교육하는 세상.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이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이다. 이런 꿈이 현실화 되는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천안 지역 대학생들이 만든 감성로봇과 지능형로봇이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노하우를 토대로 연구에 몰입,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지역 대학이 세계를 빛낼 대한민국 로봇 미래의 주인공을 만들고 있다.

일상생활 함께 할 수 있는 로봇 만든 학생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한기대)에 최근 경사가 났다.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열린 ‘제13회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를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학생들이 상장을 휩쓸었다. 김종희(전기전자통신공학부·4년)·이유나(4년)·국래헌(4년) 학생으로 구성된 감성로봇팀이 국내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지능로봇부문에 감성로봇(K-EBO Ⅱ)을 출품, 최우수상을 받았다. 후배인 김태환(2년)·조은영(2년)·임현수(2년)·김태영(3년) 학생은 탐사로봇을 만들어 우수상, 인기상, 특별상(산업안전상)을 수상했다.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는 창작공모 대회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전국 129개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참가했다. 지능로봇부문에만 100개 팀이 몰려 열띤 경쟁을 펼쳤다. 2주 뒤에는 구교민(메카트로닉스공학부 4년)·양현서(4년)·강소임(4년)·오단심(4년)·한유리(4년) 학생의 뱀로봇팀이 충남대에서 열린 ‘제10회 지능형창작로봇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창작로봇부문 교과부장관상)을 안았다. 앞서 한 달 전 일산 킨텍스(10월 27~30일)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주최 ‘IRC(국제로봇콘테스트) 2011’대회에서는 정건웅(메카트로닉스공학부·4년)·김외태(3년) 학생이 지능형창작부문에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는 등 한기대 학생들이 전국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울고, 웃고, 찡그리고 … 표정·교육·탐사 가능

감성로봇(K-EBO Ⅱ)은 당시 대회에서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높이 120㎝, 무게 16㎏로 6~7살 난 아이와 비슷한 체격으로 얼굴과 손, 팔을 이용해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눈썹, 눈꺼풀, 입이 표정에 맞게 움직여 화남·놀라움·슬픔·기쁨·혐오·비웃음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특히 어린이 교육에 초점을 맞춘 로봇으로 아이가 혼자 집에 있을 때 친구, 교사 역할을 하며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유리·오단심·강소임·구교민·양현서(왼쪽부터 반시계방향)학생이 뱀 로봇과 포즈를 취했다. [강태우 기자]

 자기소개를 하고 『곰 세 마리』 『금도끼 은도끼』 『춘향전』『백설공주』 등 동화책도 읽어 준다. 동화 내용에 따라 손짓과 표정을 실감나게 재연한다. 몸짓을 이용해 한글과 영어 등 다양한 콘텐트를 사용한 학습이 이뤄진다. 몸에 달린 키넥트(Kinect) 센서로 사람의 동작과 움직임을 인식하기 때문에 율동을 따라 하거나 가위바위보를 하며 아이와 놀아 줄 수 있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 로봇에 설치된 카메라로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아이는 부모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고 부모는 로봇을 통해 자녀에 대한 이해심도 키울 수 있다.

기존 로봇시스템에서 진일보한 결과물로 평가 받고 있다.

뱀 로봇도 관심을 모은다. 모래나 흙에서는 뱀이 좌우 움직임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실제 사막에 사는 뱀은 몸을 들어 방향을 바꿔 이동하는 ‘사이드와인딩’ 기술을 사용한다. 이 로봇도 사이드와인딩 기술을 사용해 모래나 미끄러운 바닥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기존 로봇으로는 불가능한 벽을 넘어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운동까지 완벽하게 구현했다. 머리 부분에는 카메라가 있어 상황에 따라 재난구조나 전투·정찰·작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몸은 볼트를 쓰지 않는 결합방식이고 조립·분해가 쉽도록 제작해 미래 로봇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열정·노력이 빚은 걸작

수많은 선과 프로그램, 프레임으로 얽혀 있는 로봇이 며칠 만에 완성돼 빛을 발하기란 만무하다. 단순한 관심이나 의지, 지식만으로는 이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끝없이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밤샘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성로봇을 만든 학생들은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컨트롤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컨트롤러는 모터를 제어하는 기계로 사람의 뇌와 같은 기능을 한다. “몇 달 동안 밤샘작업을 하며 프로그램을 짜도 자꾸 에러만 뜨고, 대회는 다가오는데 마음 먹은 대로 컨트롤러가 작동하지 않으니 속이 타 들어 가더라고요.” 김종희·이유나·국래헌 학생 모두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고가의 모터가 하나씩 고장 났다. 10여 개에 이르는 여분이 동이 났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멤버는 각자 흩어져 숙소로 돌아갔다. 모터가 없으면 로봇을 구동할 수 없으니 오류를 수정한다고 해도 더 이상 테스트를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음날 무거운 마음으로 모였다.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시 힘을 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학교 전체를 샅샅이 뒤져 몇 개의 모터를 빌렸고 마침내 컨트롤러를 완성했다.

 뱀 로봇을 만든 멤버들 역시 1년 동안 밤샘작업을 반복했다. 모형 제작에서부터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뱀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설계를 간신히 완성했는데 제작할 재료가 없어 천안 지역 공구상가와 서울 청계천 공구 상가를 찾아 다녀야 했다. 볼트, 바퀴, 베어링, 기어, 모터 등의 재료를 찾는 데에만 4개월이 흘렀다. 어렵게 구한 ‘카본’ 소재로 몸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엔 가공이 문제였다. 직각으로 자르고 구멍을 내야 하는데 가공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결국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자르고 구멍을 내야 했다.

 김종희·구교민 학생은 “대회 전날 갑자기 로봇이 동작을 하지 않아 새벽까지 애를 먹었는데 대회 당일에도 오류가 생겨 수많은 노력들이 한꺼번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뻔한 적이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게 돼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 얼마 전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는 로봇이 등장했는데 우리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로봇대회에서 얻은 성과 외에도 상당수 학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기쁨을 안았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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