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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 검사 → 판사 … 물고 물리는 FTA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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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왼쪽부터 김하늘 판사, 김용남 검사, 정영진 판사.

판사들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태스크포스팀(TFT) 구성 주장을 현직 검사가 정면으로 비판하자 또 다른 현직 판사가 이 글을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한·미 FTA를 두고 일선 판사와 검사들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정영진(53·사법연수원 14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5일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TF팀 구성의 몇몇 쟁점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대법원이 (한·미 FTA) 개정 여지가 있다는 최종 의견을 갖게 될 경우 행정부나 입법부에 이를 제시할 수 있으므로 지금 시점에서도 연구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법관들이 조약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조약이 발효되거나 발효가 임박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양 당사국은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 개정은 각자 적용 가능한 법적 요건·절차를 완료했음을 증명하는 서면통보를 교환한 뒤 합의하는 날에 발효한다’는 한·미 FTA 협정문 24장 규정을 들었다.

 정 부장판사의 주장은 전날 수원지검 안양지청 김용남(41·24기) 부장검사가 “법원행정처에 TF를 구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한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4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법정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하늘(43·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한·미 FTA 재협상 TFT 구성’ 주장을 비판했었다.

 법원과 검찰은 소속 판사와 검사들의 논박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양쪽 다 “개인 간의 논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원칙론만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법부의 진흙탕 싸움에 왜 끼어드느냐”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오만한 판사들에게 할 말을 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나왔다. 법원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사법부 내부 논란에 끼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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