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서비스도 양극화 … 출산 장려금 200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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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서동에 사는 김순영(44·가명)씨는 2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87)를 돌보느라 사생활이 거의 없다. 시어머니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그 곁을 24시간 지켜야 하는 김씨의 고통은 크다. 집 근처 치매노인 주간보호시설은 ‘그림의 떡’이다. 김씨는 “남편 월급 300만원 중 70만원을 시설 이용비로 낼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용 부담을 덜 수도 있었다. 시어머니가 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성 중증 질환 1~3등급 판정을 받았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 월 20만원만 내면 돼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두 번이나 등급판정에서 탈락했다. 치매 증세가 약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김씨네 가족이 서울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서울에선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이 안 되는 초기 치매 환자들도 낮에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Day care center)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센터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간호인력이 상주하며 물리치료, 음악·미술 치료 등을 해준다. 서울시가 재정 지원을 해 보호자 비용 부담도 적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치매노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이 다른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지자체 복지 서비스는 곳간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서울과 지방, 서울 강남과 비강남 간 차이가 특히 컸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복지와 영유아보육 서비스다. 서울 서초구는 ‘노인 천국’ 자치구로 불린다. 2009년 최신식 노인복지관 두 개를 지어 세 곳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은 1.2개다. 서울시가 화상전화기를 지원하는 독거노인 안심전화 서비스도 서초구는 구청 예산을 더해 추가 서비스를 한다. 독거노인 가정의 출입문·가스레인지 등에 붙인 센서를 화상전화기와 연결시켜 전화상담사가 수시로 도난이나 화재 위험을 체크한다.

 장애인 복지시설도 차이가 컸다. 서울 종로구·중구·도봉구엔 장애인 복지관이 없다. 종로구에 사는 장애인 박모(45)씨는 얼마 전 전동휠체어가 고장 나 끙끙대야 했다. 노원구나 성동구에 살았다면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쉽게 수리서비스를 받았을 일이다.

 출산장려금도 지역에 따라 최대 200배까지 차이가 난다. 지난해 광주광역시 동구의 셋째 아이 출산장려금은 1000만원으로 전국 최고였다. 반면 경남 고성군은 5만원으로 광주의 200분의 1이었다. 보육료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강남구는 소득 상위 30% 가정에도 둘째 아이부터 어린이집 이용료의 절반을 지원한다. 집에서 길러도 10만원을 보조한다. 전국 대다수 지역에선 소득하위 70%까지만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찬호·김상진·홍권삼·황선윤·김방현·신진호·유지호·박수련·박유미·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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