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조화 〈환타지아 2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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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개봉될때부터 국내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이 얘기되어지던 디즈니의 문제작 〈환타지아 2000〉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환타지아〉를 컬러영화로 다시 만들고 싶다는 월트 디즈니의 유언대로 이 작품은 완성되었다. 1940년에 월트 디즈니가 처음 오리지널을 소개된 이후 60년이 지나 IMAX로 선보이는 후속편은 예전 환타지아를 이미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대를 하겠지만 우리들에게 친숙한 방식의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환타지아 2000〉은 이미 알다시피 각 시퀀스들마다 음악에 맞는 나름대로의 영상이 펼쳐진다. 음악에 맞춰 보여지는 영상은 구체적인 사건과 스토리가 곁들인 것이 있는가하면 추상적이고 음악적인 느낌에 치중한 것도 있다.

먼저 시작은 '교향곡 5번 운명'(운명의 테마:선악의 대결)으로 시작한다.
색종이를 접은 듯한 밝은 색채와 어두운 색채의 나비를 사용해 선과 악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퀀스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기보다 색채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으며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스티브 마틴이 등장, 간단한 설명을 마친 뒤 '로마의 소나무' (날으는 고래의 전설)이 시작된다.
커다란 고래를 등장시키면서 컴퓨터 그래픽의 효과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수작업으로 그려진 물밑과 CG로 이루어진 돌고래의 완벽한 조화. 빙하의 바다에 사는 고래들이 초신성의 대폭발과 함께 기적적으로 하늘을 날게 된다는 이야기를 영상에 맞춰 표현해 냈다.

세번째 '랩소디 인 블루' (30년대 뉴욕의 일상 : 허쉬필드와 거쉬인의 만남).
가장 만화다운 그림체에 가장 뚜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시퀀스다. 일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는데, 짧은 시간에 4사람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모두 담아냈다. 음악보다는 뒷 스토리에 더 마음이 가는 시퀀스.

네번째 '장난감 병정(피아노 콘체르토 2번)' (뮤지컬로 보는 동화).
아주 잘 알려진 안델슨 동화의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다. 장난감 병정과 발래리나를 인형으로 보이게하기위해 고의적으로 3D에 금속 느낌을 입혀 표현한 것이 돋보인다. 3D로 된 발레리나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은 역시 디즈니 임을 실감하게 한다.

다섯번째 '동물의 사육제' (요요를 하는 홍학).
가장 짧으면서도 명쾌한 시퀀스다. 요요를 하는 홍학의 코믹스러운 행동이 재미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어지던 이야기의 중간에 등장해 유쾌한 웃음을 유도한다. 평범하기를 거부하는 홍학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

여섯번째 '마법사의 도제' (미키를 따라 환상의 세계로).
1940년작 환타지아 중 가장 인기있었던 캐릭터 미키 마우스가 등장하는 시퀀스. 이것은 다시 제작을 한 것이 아니라 예전 필름을 IMAX로 복원시킨 것이다. 예전화면을 가져온 것이라 약간은 거칠고 탁해 보이는 점이 더욱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시퀀스 다음에는 '위풍당당 행진곡' (짝 잃은 도날드)이 이어지는데 도날드가 등장하기 전 미키가(40년대 판과 마찬가지로) 지휘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그 다음, 미키가 등장인물 도날드를 찾기 위해 무대를 뛰어다니는 예상외의 상황이 전개되는데 여기저기서 객석사이를 뛰어다니는 듯한 미키의 음성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일곱번째 '위풍당당 행진곡' (짝 잃은 도날드)에는 아름다운 도날드와 데이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아의 방주의 상황에 도날드를 출연시키다니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다. 웅장한 음악과는 달리 약간은 가벼운 영상이 아쉽기도 하다.

마지막 피날래 '불새 연작(1991 버젼)'(부활의 피날레 : 희망의 불꽃).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를 IMAX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한탄스럽다. 음악과 함께 영상도 〈환타지아 2000〉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다.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엘크 사슴과 요정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의 이미지와 주제가 연상된다. 손으로 그리는 전통적인 기법과 컴퓨터 기법을 병행해 제작되어진 마지막 시퀀스는 생명을 뿌리는 요정과 죽음을 상징하는 용암의 움직임과 표현형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환타지아 2000〉은 각 시퀀스들마다 영상을 보여주기 인물들이 등장해 각 시퀀스의 음악과 표현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에는 스티브 마틴, 배트 미들러, 지휘자, 연주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인물들이 각 시퀀스를 설명하는 것은 좋으나 음악과 영상을 감상하는 맥을 끊어버리는 고약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환타지아 2000〉는 역시 예상했던 것만큼 훌륭하다. 울려 퍼지는 음악도 낯선 음악이 아니어서 늘 듣던 음악에 대한 영상을 자신의 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리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한다. 분명히 좋은 작품이고 영상미도 뛰어나지만 어쨌거나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이미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졌다고 해도 이렇게 독특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60년 만이니 말이다.

한번보고 나오기가 아까울 정도로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이 IMAX가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쯤 IMAX 영화관에서 이런 작품들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홈페이지 : www.fantasia2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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