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러쉬

중앙일보

입력

일본은 자기나라 야구 못지않게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다. 일본의 국영방송 NHK는 자국의 메이저리거가 뛰는 경기는 물론이고 개막전,올스타전,포스트시즌등 메이저리그의 주요경기들을 빠짐없이 중계해준다. NHK뿐만아니라 일본의 거의 모든 매스컴은 메이저리그를 주요뉴스로 다루며,이런 세계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메이저리거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서특필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일급선수들이 메이저리거의 야망을 가지는건 당연하다.실제로 요즘 일본에서 약10년동안 뛰면서 이미 어느정도 일가(一家)를 이룬 선수들은 FA를 통해 메이저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야구의 첫 메이저 입성은 1964년 무라카미 마사노리(64-65,2년간 SF에서 야구유학)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메이저 러쉬를 열어낸 건 90년대의 노모 히데오(現 디트로이트)다.

긴데쓰에서 다승왕 4연패를 이룬 뒤,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가 1995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노모는 그 특유의 폭풍투구폼으로 미국야구에 토네이도 열풍을 몰고왔다. 그해 노모는 신인으로서 13승을 거두며 신인왕,탈삼진왕에 올랐고 올스타전에선 내셔널리그 선발투수의 영광까지 누리며 노모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노모의 대성공에 자극받은 일본 야구스타들은 속속 메이저로 진입했다. 롯데시절 최고시속158km를 던져 일본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기록한 이라부(現몬트리올)가 양키스로, 야쿠르트 97년 일본시리즈 우승주역인 요시이가 뉴욕메츠로 98년 각각 입성해 나름대로 미국에서도 입지를 이루었다. 올해엔 일본프로야구 세이브 신기록(통산229s)을 보유하고 있는 요쿄하마의 대마신 사사키까지 시애틀에 입단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타자쪽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올해 7년연속 타격왕에 도전하는 일본의 천재타자 이치로는 99년 시애틀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시범경기까지 뛰기도 했었다. 올해 그는 오릭스의 다년계약요구를 거절하며 내년 FA로 메이저에 진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의 목표까지도 변하고 있다. 과거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꿈이 요미우리 입단이었다면 지금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요미우리의 에이스인 우에하라는 오사카대학 졸업당시 애너하임의 끈질긴 구애를 받았었다. 최종적으론 나가시마 감독의 권유로 요미우리에 입단하지만 그는 자신의 최종목표는 메이저진출이라고 지금까지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작년 퍼시픽리그 신인왕인 마쓰자카는 재팬시리즈가 열린 후쿠오카돔에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애틀랜타 터너필드에 가서 월드시리즈를 관람했다. 여기서 마쓰자카는 재팬챔피언보다 월드챔피언이 되고싶다는 미래의 야망을 되새겼을 것이다.(물론 현실적으로 우에하라나 마쓰자카가 9년만기인 FA를 얻어 메이저에 진출하려면 약8년은 더 있어야한다.)

이런 일본스타들의 메이저 러쉬는 돈보단 메이저리그란 최고의 무대에 도전해 그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겨뤄 보고싶다는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속엔 미국야구를 이겨보고 싶다는,나아가 미국에 대한 열등감을 이기고 싶다는 일본인들의 소망또한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창단자이자 일본프로야구 창립에 지대한 공을 세운 쇼리키 마쓰다로의 소원은 일본야구가 미국야구를 따라잡고,더 나아가 앞지르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일본야구는 이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야구의 최강은 미국이고 일본은 변방의 NO.2일 뿐이었다. 솔직히 전체 일본야구가 전체 미국야구와 언제 대등한 실력을 갖출지 매우 막연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도전은 이미 활발하다. 몇몇 일본의 엘리트투수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들어가서 일본야구의 가능성,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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