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도메인 2차대전'

중앙일보

입력

요코하마 패시피코-. 일본 도쿄에서 전철로 40여분 거리인 이곳 태평양 연안 요코하마 최대의 국제회의장이 세계 각국의 '도메인 전쟁' 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3일 개막된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ICANN)회의에 참가한 5백여명의 각국 전문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저마다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회의는 포화상태에 이른 인터넷 도메인을 늘리기 위한 것. 닷컴(. com)에 이어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을 도입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에 숨통을 터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메인 등록기관들은 "한시라도 빨리 닷컴 외에 새로운 도메인을 추가해 달라" 고 요구했다.

16일 열린 ICANN 이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닷숍(. shop)' '닷웹(. web)' '닷인포(. info)' 등을 새로운 도메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논의 결과 ICANN은 오는 10월 15일까지 관련 전문가와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 11월에 확정된 결과를 발표하고, 이르면 올 연말부터 새로운 도메인의 등록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ICANN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새로 추가될 도메인 등록 예약을 받는 등 벌써부터 도메인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업체인 쉬즈옥션닷컴에는 11, 12일 이틀 동안 1만2천여건의 예약 등록이 몰렸다. 미국.일본 등의 등록대행기관에도 동록 예약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그러나 ICANN의 '도메인등록기관 소위원회' 에서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shop' (쇼핑몰) '.web' (웹관련 사업) '.info' (정보 관련사업) '.arts' (예술분야) '.rec' (레포츠.레크리에이션) '.nom' (개인) '.firm' (기업) '.sports' (스포츠)등의 예약 등록을 받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할 것" 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사회의 조나선 코헨 이사도 "어떤 도메인이 추가될 것인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소위에 참가한 국내 업체 넷피아의 이창훈 도메인팀장은 "세계 각국에서 겹치기 예약등록을 받았고 그중에는 상표권 분쟁 소지가 있는 도메인이 많아 실제로 등록이 시작되면 한차례 홍역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사실 쓸만한 도메인이 한정돼 있는 바람에 각국에서는 도메인 분쟁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선 태평양.훼미리마트.마스터카드 등이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라는 도메인은 지난해 인터넷 경매에서 무려 7백50만달러(약 85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민간단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주와 기술 센터(CDT)' 의 앨런 데이비슨 실장은 "대기업 논리를 주로 대변해 온 ICANN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일반 네티즌이 뽑는 이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민간단체들은 또 비정부기구를 위한 '닷엔지오(. ngo)' 와 노동조합을 위한 '닷유니언(. union)' 도메인을 추가하고, 이의 등록 대행을 민간단체와 노동조합이 맡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 인터넷 정책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회의장에서 만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송관호 총장은 "사이버 세상의 영토 싸움이 치열하다" 며 "일반 회원을 늘려 자국출신의 이사를 임명하려는 시도가 일본쪽에서 특히 활발하다" 고 전했다.

국내 등록대행기관 후이스 해외사업팀의 강인순씨는 "그동안 국내 네티즌들은 도메인을 선점해 비싼 값에 되파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사이버 공간의 골격과 틀을 짜는 ICANN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다" 며 "앞으로 국내 네티즌들의 활발한 참여로 ICANN 내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요코하마〓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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