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서관 ⑨ 아산 배방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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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지역 도서관 마지막 시간으로 배방읍에 위치한 ‘배방도서관’을 소개한다. 일 평균 800여 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5만 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책을 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와 일반 열람실, 문화강좌실 등도 마련돼 있다. 18일 클레이 아트 수업이 열린 이곳을 찾았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집중력 키우고 손재주 뽑낸다

아산 배방도서관에서 운영중인 클레이 아트에 참여한 아이들이 에어 클레이 점토를 이용해 자신만의 집을 만들고 있다. 이날 강의에 참여한 아이들은 5~7세까지의 미취학 아동이며 이 수업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사진=조영회 기자]

이날 오후 4시. 지하 1층 문화강좌실에서는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클레이 아트’수업이 한창이었다. 20여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에어클레이 점토를 이용해 자신만의 ‘꿈의 집’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에어클레이 점토는 일반 지점토와는 달리 손에 점토가 묻지 않고 영구적으로 굳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만지고 두드리면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집(모형)에 여백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붙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집이 볼품이 없어요.”

 전미현(36·여)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클레이 점토를 만지고 다듬으며 여백을 없애려 노력한다.

 “클레이를 깔끔히 꾸민 친구들은 굴뚝도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로 입혀봐요.”

 “저 노란색 주세요. 전 빨간색이요.” 전 강사가 칼라 클레이 재료를 꺼내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자신들이 원하는 색깔을 요구한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의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집에 이름을 표기하고 다음 수업을 기약했다. 전 강사는 “클레이 점토로 모형을 만들다 보면 성장기 아동들이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두뇌발달에 좋다”며 “일반 지점토나 찰흙에 비해 모양이 잘 만들어지고 딱딱하게 굳지 않아 부족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방도서관은 이 수업 외에도 상·하반기를 나눠 각 5과목 정도의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학부모끼리 의견 나누며 정보 교환

아산 배방도서관에서 운영중인 클레이 아트에 참여한 아이들이 에어 클레이 점토를 이용해 자신만의 집을 만들고 있다. 이날 강의에 참여한 아이들은 5~7세까지의 미취학 아동이며 이 수업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사진=조영회 기자]

클레이 아트 수업에 참여한 고승아(7)양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도서관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저렴한 비용에 질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의 엄마 손영옥(39)씨는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운영했던 영어교실에 참여했는데 수업 내용이 좋았다”며 “클레이 아트의 경우 일반 학원에서 배우면 5만원 정도인데 이곳에서는 재료비 1만원만 내면 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비싼 사교육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은 “매주 금요일 마다 친구들과 예쁜 모형을 만들 수 있어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손씨의 이웃인 주부 황서연(36)씨. 그는 손씨의 권유에 이곳 프로그램을 알게됐다. 황씨의 아들 최재훈(7)군도 고양과 함께 클레이 수업에 참여 하고 있다. 고양과 최군이 수업을 하는 동안 이들은 문화강좌 옆 빈 강의실에서 자녀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아이를 데려온 다른 주부들도 함께 동참한다.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자녀교육에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어간다고 한다. 도서관에 대해 바라는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점도 함께 얘기한다. 황씨는 “집이 가깝고 다양한 강좌가 있다는 건 마음에 들지만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주차 부족 등은 보완해줬으면 좋겠다”며 “다른 학부모들과 자녀교육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니 공감대도 형성되고 배울 점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족의 도서관 사랑

고승아양이 클레이 점토로 만든 모형물.

2층 디지털 열람실에서 만난 리띠홍(26·여)씨. 지난 2007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그는 아들 김종훈(3)군과 자주 이곳을 찾는다.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고향소식을 접할 수 있고 다문화 책들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띠홍씨는 “한국에 왔을 때 1년간은 언어가 안 통해 불편을 겪었다”며 “도서관에 와서 책과 컴퓨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말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자녀 교육도 신경이 쓰였는데 동화책을 함께 보며 교감을 나누니 이제는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겸손해 했다. 그가 이곳에서 읽는 책 이외에 집으로 대여해 가는 도서량은 매월 평균 6권. 왠만한 한국 성인보다 독서량이 많다. 겸손을 떨던 그가 능숙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이유다.

 1층 북카페는 휴식과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30개의 좌석과 7개의 테이블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답지 않은 깔끔한 내부 디자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안식처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취업 준비생은 “열람실에서 공부가 잘 안될 때 이곳으로 내려와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며 “테이블이 몇 개 없어 좀 아쉽긴 하지만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다”라고 말했다.

◆클레이 점토=스펀지 형태의 점토. 에어 클레이는 점토, 모래, 흙의 성질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공기의 흡입배출이 가능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다. 영구적으로 굳지 않지 않아 다루기 쉽다. 부피가 부풀고 다시 줄면서 공기의 흡입배출이 일어나 이물질 등이 들어가면 스스로 정화하는 자기 정화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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