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투자협정 연내 타결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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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과 중국의 양제츠(楊潔?) 외교부장은 23일 한국·중국·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징검다리가 될 3국 간 투자협정을 올해 안에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투자협정은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처리,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규정하는 틀이다. 외국 기업에 부과하는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FTA의 사전 단계다. 한·일(2003년), 한·중(1992년), 중·일(89년) 간에는 투자협정이 체결돼 있으나, 투자 자유화에 대한 보장 수위가 달라 3국은 2007년 3월부터 공통의 협정을 추진해 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4일 “(투자협정 연내 체결은) 한·중·일 FTA 조기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겐바 외상은 양 외교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도 30분간 면담하고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중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외교담당·부총리급) 국무위원과도 만나 한·중·일 FTA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신문은 “중국이 외무회담과 별도로 원 총리, 다이 국무위원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이례적인 환대”라며 “이는 앞으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중·일 FTA를 놓고)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탐색하는 한편 일본이 미국에 너무 치우치는 것을 견제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도의 TPP보다는 중국이 선호하는 한·중·일 FTA 쪽으로 일본을 유인하는 낮은 단계의 맞대응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발효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FTA를 바탕으로 한·중·일 FTA, 한·중 FTA를 서둘러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권을 조속히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일 인도네시아 발리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선 미국과 연대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강하게 견제했다. 하지만 이번 외상 회담에서는 중국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TPP로 당장 미국과 손은 잡았지만 한·중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겐바 외상이 이날 “중국의 발전은 일본에 있어 큰 기회”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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