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즉시 관세 철폐되는 차부품·섬유 수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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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2의 개항’으로 불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손익 계산에 분주한 건 업계만이 아니다. 증권업계도 발 빠르게 수혜주 찾기에 나섰다.

 한·미 FTA로 때를 만난 곳은 자동차 부품 업체다.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빅3’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선호하는 국내 부품 업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와 S&T대우는 23~24일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당장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다. 승용차 관세는 5년 뒤에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한국 시장 개방 일정이 미국보다 일부 빨라서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품목별로 관세 철폐 기간이 다른 만큼 수혜 시기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를 반기는 업종 중 하나는 섬유 업계다. 한·미 FTA 발효로 평균 13.1%의 관세가 폐지되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대미 수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돼서다. 신한금융투자는 관세 인하로 인해 연평균 8100만 달러의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방직과 경방, 웰크론, 일신방직 등이 수혜주로 꼽혔다.

 정보기술(IT) 업종도 수혜주다. 현재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가 미국에 가전제품이나 TV세트를 수출하면 각각 1.5%와 5%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FTA 발효 후엔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연구원은 “전자제품과 휴대전화 등의 경우 신제품과 고가 제품에 한해 무관세로 인한 가격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는 만큼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과 금융 업종은 한·미 FTA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0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된 철강은 자동차와 가전 제품 수출이 늘어나게 되면 그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인한 간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업종에 미치는 영향도 중립적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이미 충분히 개방된 데다 금융 세이프가드제도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덕이다.

 제약 업계는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형 제약사의 신약 특허권 강화를 인정하는 내용이 비준안에 포함돼서다. 한국투자증권 이다슬 연구원은 “특허권 강화를 인정하는 조항의 발효 시기가 2015년으로 미뤄져 국내 업체가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채널사업자(PP)에 대한 간접투자 한도가 늘어나며 미국 콘텐트 업체의 국내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음식료 업종의 경우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FTA로 국내 과일·채소·축산 농가의 타격이 불가피해 가공식품 업체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관세 인하로 원재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식음료 업체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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