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어르신 공짜 모시기 27년, 지하철의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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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3일 오전 11시쯤 대전 도시철도 온천역. 노인 3명이 역을 빠져 나와 인근 온천으로 향했다. 도시철도 역 중에서 유성 온천역은 노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온천이 많고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우대를 악용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날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도시철도 자동복합발매기에 주민등록증을 대고 무료 우대권인 노란색 승차권을 발급 받았다. 이 시민은 65세 이상된 노인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면 무료 우대권을 발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 그러나 도시철도공사는 하루종일 감시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무료 이용자가 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2010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6개 도시 7개 도시철도공사의 무료 이용객 수는 2006년 2억8659만7000명(18.3%)에서 지난해 3억3218만9000명(19.3%)으로 늘었다.

  노인에 대한 무임승차 혜택은 1980년 노인복지법 시행과 함께 70세 이상의 노인의 대중교통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2년 뒤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늘리고 시내버스 이용도 무료가 되면서 84년부턴 지하철 요금이 면제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버스 무료요금은 폐지됐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무료 다.

 문제는 이로 인한 전국 7개 도시철도공사의 결손액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지하철 당기순손실은 8706억원으로, 이 중 무임수송 결손액은 3434억원(39.5%)이었다.

 하지만 무임수송과 관련된 결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무임수송 대상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10.7%에서 2020년 15.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지방공기업경영평가단은 도시철도공사 경영 개선을 위해 지자체 무임수송비 보전이나 연령·할인율 조정, 교통수당 지급 등의 대안을 건의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김용덕 홍보팀장은 “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적자폭을 지자체가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연령 조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식·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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