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를 바꾼 작은 영웅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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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 현실은 교권(敎權) 추락, 수업 붕괴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묘사돼 왔다. 교사가 학생에게 매맞는 현실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통제 불능에 빠진 교실 현장에서 교사들은 아예 담임을 맡지 않으려 기피한다. 이처럼 훈육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인권이라는 이름의 방종만 판치는 곳이 우리의 교실이라고 치부됐다.

 하지만 본지 시리즈 ‘학교 바꿀 수 있다’에 등장하는 교장과 교사들은 그동안 무너져 가는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희망의 존재들이었다. 경북 칠곡고에서 클라리넷을 직접 불며 학생들에게 다가가 꿈을 안겨준 이성호 교장, 교사들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지난 2년간 89억원을 확보해 학교를 바꾼 충북 충주예성여고 김동욱 교장은 공교육도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학원에 왜 제자들을 맡기느냐”며 지난 5년간 제자들의 입시를 도맡아 대학에 보낸 인천 가좌고 권태원 교사, 전략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발품 팔아 입시 전략을 모으며 제자들을 대입 수시모집에 대거 합격시킨 부산 명호고 김경환 교사도 변화를 일궈낸 작은 영웅들이다.

 이들도 애초부터 변화를 반기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정년 보장 받고, 노력하지 않아도 교사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연봉 1억원을 받는 증권맨에서 교사로 변신한 전주 완산고 박제원 교사는 “학생들의 눈을 보면 힘이 솟는 게 교사이고, 제자에게 던진 따뜻한 한마디 말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교사”라고 말했다. 교직은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신성한 직업인데 어찌 자기계발에 소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 교직에 대한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교장과 교사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게 교육 당국은 배려해야 한다. 교육청이 학교에 쏟아내는 공문을 줄여 교사들이 잡무 처리에 매달리는 아까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고, 교사와 힘을 합쳐 학교를 바꾸는 건 교장이다. 교육 당국은 이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서비스 기관이라는 인식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