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화성 가는 길,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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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또 한번의 신화에 도전한다. 역대 최대 크기의 탐사 로버(rover·로봇차) 큐리아서티(Curiosity·호기심)를 화성에 보내는 작전이다.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5 로켓으로 쏘아 올린다. 러시아·중국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화성 탐사선이다. 세계는 왜 지금 화성에 열광하는 걸까.

미국의 새 로봇탐사차 ‘큐리아서티’를 실은 화성탐사선 캡슐이 화성에 접근하는 장면. 아티스트가 그린 상상도 2장을 합성했다. [자료=미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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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지구=화성은 지구의 대표적인 ‘이웃 행성’이다. 거리만 놓고 보면 금성이 더 가깝다. 외형적 크기도 금성이 지구와 더 비슷하다. 금성의 지름·질량이 각각 지구의 약 0.9배, 0.8배인 반면 화성은 0.5배, 0.1배다. 그런데도 금성이 아닌 화성이 ‘제2의 지구’로 불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이주희 우주과학연구팀장은 그 이유를 “태양계 행성 가운데 화성의 환경이 지구와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화성의 자전주기는 24시간37분이다. 자전축도 지구와 비슷하게 2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계절 변화가 있다. 반면 금성의 자전 주기는 243일이다. 자전축 기울기는 3도, 회전 방향은 지구와 반대다. 이 때문에 태양이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대기성분은 엇비슷하다. 이산화탄소(CO2)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표 기압은 화성이 0.006기압(지구의 0.75%), 금성은 90기압(지구 바닷속 800m 깊이 압력)이다. 그만큼 열 손실 차이가 크다. 화성의 평균 온도는 영하 80도인 반면 금성은 영상 466도나 된다. 둘 다 극단적인 환경이지만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화성 쪽이 높다. 먼 훗날 인류가 우주로 이주한다면 ‘후보지 1순위’도 화성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얘기다.

 ◆2년 만에 돌아온 기회=화성까지 가는 길은 멀다.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가 5500만㎞다. 이 거리를 직선으로 날아가자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탐사선들은 대개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를 이용한다. 화성·지구가 수평(180도)을 이루는 지점을 타원형으로 연결하는 비행 궤도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발사체(로켓)를 이용, 탐사선을 지구 공전 방향으로 쏘아 올린다. 지구 저궤도에 오른 탐사선은 잠시 지구를 따라 돌다 자체 부스터를 점화해 화성행 궤도로 갈아탄다. 이렇게 지구 공전 속도(초속 29.78㎞)에 ‘무임승차’한 뒤 초속 2.95㎞의 속도만 더 내면 ‘손쉽게’ 화성까지 날아갈 수 있다. 직선 궤도에 비해 멀리 돌아가지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지구·화성의 공전 위치·속도 등을 정밀하게 계산, ‘제때’ 탐사선을 쏴야 한다. 약 2.135년(780일)에 한 번씩 이런 기회가 오는데, 이달이 딱 그때다. 각국이 유독 이달 탐사선 발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구체적인 발사가능시간대(launch window)는 탐사선 성능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큐리아서티의 경우 25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다. 이 기간 내에 발사를 마쳐야 한다. 제대로 궤도를 탄다면 내년 8월 화성에 도착한다.

 ◆화성의 저주=화성 탐사는 1960년대 시작됐다.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은 소련이다. 60~63년 사이에 5대의 탐사선을 잇따라 발사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사이 미국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64년 매리너 4호, 71년 매리너 9호로 최초의 근접 관측,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소련은 71년 마르스 3호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켰지만 15초 만에 교신이 끊겨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미국은 이후에도 ▶첫 표면 착륙 성공(76년 바이킹 1·2호) ▶로버 탐사(97년 소저너, 2004년 스피릿·오퍼튜니티) ▶최장기 탐사(2001년~현재, 마르스오디세이) 등 새 이정표를 여럿 세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화성 탐사의 성공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현재까지 43회 시도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실패했다. 러시아는 이달 초 발사했던 ‘포보스-그룬트’를 포함, 그간의 시도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이 98년 발사한 노조미(のぞみ·희망)는 화성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미국도 99년 착륙 과정에서 화성기후탐사선(MCO)과 화성극지착륙선(MPL)을 잃었다.

워낙 실패가 잦다 보니 한때 과학자들 사이에선 ‘화성의 저주(Mars Curse)’란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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