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사꾼 된 KT 정 과장 도대체 무슨 사연 있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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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 전북 익산지사의 정모 과장은 최근 마늘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통신회사 직원인 그가 마늘 농사를 지은 이유는 이 회사 2G(세대) 이동통신 고객인 83세 할머니를 설득해 3G로 전환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사에서 100㎞가량 떨어진 할머니의 집으로 이동했다. 때마침 마늘밭을 돌보던 할머니와 함께 50여 평(165㎡)가량의 텃밭을 함께 가꾸며 하루 종일 말동무가 된 덕에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3G 기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KT가 2G 가입자 줄이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체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시장이 LTE(롱텀에볼루션)를 기반으로 한 4G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KT는 LTE 전투에 아직 나서지도 못하고 있어서다. KT는 2G 서비스에 사용하던 1.8㎓ 주파수 대역을 4G LTE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파수에 여유가 있어 인위적으로 2G 가입자를 줄이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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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동지사 이모 대리는 강남 지역의 한 김밥전문점을 찾아 매일 설득했다. 일주일 가까이 가게 일을 거들며 3G 전환을 독려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이 대리는 “사장님이 사업에 실패한 뒤 배신을 당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단 걸 알게 됐다”며 “꼭 가입자 전환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 덕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직접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가좌지사 김모 사원은 직업이 이발사인 2G 고객의 이발소를 찾아가 자신의 머리를 자르며 설득했다. 그는 “전화를 걸 때마다 ‘바쁘니까 끊어’라고 말하는 가입자였다”며 “사람 머리 깎는 도중에 전화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직접 손님이 되기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원마케팅단의 최모 과장은 2G 고객인 치과 원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다. 그는 “의사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기에 영업 방해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가입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일부 가입자는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KT 이석수 상무(2G서비스전환 TF장)는 “가장 어려운 경우가 모르는 전화번호 전화는 절대 받지 않는 고객으로 시도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하다”며 “전환 대가로 100만원 넘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통신사업자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3G 전환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2G 가입자인 직장인 김모씨는 “내 실명이 보도되면 KT에서 미친 듯이 전화를 해올 것”이라며 “하루에도 10통 이상 3G 전환을 강요하는 전화가 걸려오면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 2만 명을 넘긴 010통합반대운동본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은 1999년 3월 아날로그 이동전화 사용자를 줄일 때 10개월이나 홍보를 하고, 직원들이 일일이 가입자의 집을 방문해 설득했었다”며 “주민등록번호만큼이나 중요한 전화번호를 기업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KT 2G에서 3G로 바꾸면=가입비(2만4000원), 약정 위약금, 기존 단말기 할부금 등을 면제해 준다. 아이폰4와 갤럭시S2를 비롯한 3G폰 25종(24개월 약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24개월간 월 6600원의 통화료도 할인해 준다. 그러나 가입자는 ‘016’처럼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3년 이내에 ‘010’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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