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시아 시장 뺏길라 초조 … 미국 TPP에 견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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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원자바오 중국총리(왼쪽 셋째)가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 둘째와 오른쪽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전화 통화하는 등 중국의 텃밭이 돼가는 미얀마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발리 로이터=뉴시스]

19일 폐막한 인도네시아 발리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미국과 중국은 아태 지역의 경제·무역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미국이 일주일 전 하와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도모하면서 중국의 주도권 확대에 견제구를 던진 데 대해 중국이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 카드를 빼들었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FTA를 체결한 상태다.

 미국은 하와이 APEC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일 TPP 논의에 참여한 9개국 정상들과 만나 TPP의 기본 틀에 합의하고 내년까지 이 협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태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한 TPP에는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 등 9개국이 참가 중이다. 일본이 뒤늦게 합류를 선언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이 아세안을 거점으로 삼아 아태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키우자 TPP를 대항마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물론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TPP 카드에 대해 중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중국 상무부 위젠화(兪建華)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어떤 국가로부터도 TPP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며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에는 투명성·개방성·포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19일 발리 EAS를 놓치지 않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별도로 만나 한·중·일 FTA 체결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은 한·중·일 FTA에 시종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원 총리는 이번에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는 먼저 3국 FTA 의 타당성 연구를 연내에 마무리하자고 했다. 3국 FTA가 타당한지에 대한 결론을 내년으로 늦추지 말자고 한 것이다. FTA 협상 개시 시점도 2012년으로 못 박았다. 한·중 양국이 이미 타당성 연구가 끝난 FTA의 협상 돌입 시점을 선언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의지가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일러준다.

원 총리는 더 나아가 “내년에 협상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FTA협정을 체결하자”고 말해 조기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전문가는 “중·한·일 3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동아시아 GDP의 50%를 넘는다”며 “3국 FTA 체결은 역내 경제 통합에 실질적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출범한 한·중·일 협력사무국의 역할 제고에 합의했다. 이 밖에 전면적인 육상·해상 연계운송 협력을 시작하고, 2015년까지 3국 인적 교류를 2600만 명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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