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안철수 영입 위해 박근혜 기득권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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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9월 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 앞에서 한 가지 예측을 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겠어요?”

 그러나 그의 예상은 맞지 않았다. 정치판에 등장한 지 3개월째 야권 대선 주자 중에선 지지율 1위, 전체 대선 주자 중에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1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여의도 정치권에선 어딜 가도 ‘안철수’ 얘기다. 심지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까지 ‘안철수 영입론’을 꺼냈다.

김문수

 김 지사는 15일(현지시간) “한나라당이 안철수 같은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선 박근혜 전 대표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다. 그는 “박 전 대표 본인은 부인하지만 당내에 명백하게 친박인사들의 세가 형성돼 있다”며 “(박 전 대표가 포기해야 할) 첫째 기득권은 공천권이지만, 둘째 기득권은 내년 대통령 후보”라고까지 했다. “상대 당(야권)은 기둥과 서까래까지 뽑으려 하는데, 안철수 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하려면 지금의 (경선) 구조는 답이 안 나온다”고 말해 경선 방식의 손질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 아버지를 인터뷰한 중앙SUNDAY 기사(11월 6일자 1, 3면)를 정독했다. 아버지부터 본인, 부인까지 ‘싸그리’ 한나라당 성향이더라. 안 원장은 나보다 10배 이상 더 한나라당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한나라당 응징’ 발언을 한 걸 의식한 듯 “안 원장이 한나라당을 비판한 게 얼마나 되나. 내가 그보단 10배 더 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도 1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각각 안 원장의 재산환원 발표를 거론하며 “기부를 나쁘게 볼 게 아니다” “정치적 의도나 맥락을 따질 게 아니다”고 두둔했다.

 야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야권 신당 참여 설득을 위해) 안 원장을 한 번 만나 볼 것”이라 말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금 같은 지지율만 계속되면 우리 진영의 대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안철수를 배워 보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안 원장이 직접 쓴 책이나 강의자료 등을 읽고, 그의 생각이나 정치적 진로를 가늠해 보자는 것이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최근 『안철수는 바람개비』(김택환 중앙일보 미디어전문기자 저·아래 사진)란 책을 구입해 동료 의원들에게 나눠 주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 원장 주변에선 독자 세력화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안 원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법륜 스님은 최근 안 원장과 소원해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안 원장은 윤 전 장관이 ‘안철수 신당’을 거론하자 “ 내 생각은 다르다”고 부인했었다. 법륜 스님은 윤 전 장관에게 “그런 말을 한 건 안 원장의 실수”라며 “대한민국을 위해 젊은 인재를 한번 키워 보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안 원장은 내년 1월께 자서전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김영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안 원장에 관한 책을 내기로 안 원장과 계약했다”며 “당초 이번 달 출간 예정이었지만 안 원장의 요청으로 내년 1월께로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책 주제도 계속 바뀌어 지금은 안 원장에게 일임해 놓은 상황이지만 ‘인간 안철수’의 소신과 철학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흔히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자서전을 출간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정치인 의 ‘출판기념회’는 일종의 ‘출정식’이나 다름없다.

양원보 기자,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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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경기도 도지사

1951년

[現]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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