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눈으로 10일 동안 봐야한다고? 역대 가장 긴 러닝타임의 영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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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상영된 영화 `모던 타임즈 포에버` [사진=thefilmstage]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내외가 일반적이다. 2시간을 넘기면 `긴 영화`로 인식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26분)`, `반지의 제왕(201분), `킹콩(186분)`, `아바타(162분)` 등이 그랬다. 언급된 영화들은 재미라도 있었다. 영화는 긴데 재미까지 없으면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일단 돈을 내고 티켓을 끊었으니 오기로 앉아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엉덩이에 돋는 가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 역대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는 과연 무엇일까. `3시간? 4시간? 그래도 역대 가장 긴 러닝타임인데 5~6시간 정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당신, 놀랄 준비하셔야겠다.

역대 가장 긴 러닝타임으로 기록된 영화는 덴마크의 창작 집단 슈퍼플렉스가 제작한 `모던 타임즈 포에버`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1만4400분, 240시간이다. 240시간이면 하루 24시간 내내 눈 한번 붙이지 않고 열흘을 꼬박 새야만 끝까지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시간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건축물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 3월 필란드에서 이 영화가 최초 공개됐다. 헬싱키의 스토라 엔소(Stora Enso)빌딩 외관에 스크린을 설치해 10일 동안 영화를 상영했다. 물론 긴 러닝타임과 다소 고루한 내용으로 인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에 비행기를 타고 핀란드까지 날아온 영화 매니아들도 있었다고 한다. 덴마크에서는 극장 개봉도 고려 중이다.

`모던 타임즈 포에버`가 등장하기 전, 가장 긴 러닝타임의 기록을 갖고 있던 영화는 프랑스의 `시네마통`이었다. 러닝타임은 9300분(155시간)이다. 이 영화는 제작기간만 33년이 걸렸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무성영화다.

위의 두 영화는 스토리가 없는 일종의 실험 영화다. 이야기를 다룬 극영화로는 독일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 931분(15시간)으로 가장 길다. 이 영화는 200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상영된 바 있다.

유혜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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