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멀티 딜러’시대 … 한 딜러가 여러 회사 차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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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수입차 시장의 권력이 임포터(수입업체)에서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로 넘어가고 있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수입차 딜러가 해당 딜러권을 반납하고 다른 브랜드를 찾을 뿐 아니라 미국처럼 한 딜러가 여러 브랜드를 파는 ‘멀티 브랜드’ 딜러 시대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임포터의 힘이 강했을 때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혼다코리아의 인천지역 딜러인 피죤은 이달 초 딜러권을 반납하겠다고 통지했다. 앞서 올해 8월에는 닛산코리아의 인피니티 서초 딜러인 한미모터스가 딜러권을 포기했다. 같은 달 서울 마포·송파, 경기도 안양을 포함하는 BMW 신규 딜러 모집에는 혼다의 서초 딜러인 일진모터스가 5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하지만 서비스센터를 포함한 수백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요구한 BMW코리아와 협상에서 스스로 딜러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수입차 시장이 올해 10만 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생긴 변화다.

 수입차 시장은 2000년 4414대에서 10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했다. 지금까지 임포터들은 지역별 딜러 선정부터 판매차량 선결제, 신차 밀어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특히 BMW·벤츠·렉서스 같은 수입차 업체들은 딜러를 선정할 때 다른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렉서스는 판매 부진을 겪고, 벤츠는 BMW와 1위 경쟁을 하면서 지난해부터 암암리에 멀티 브랜드 딜러를 인정해주고 있다. 벤츠·렉서스 딜러가 다른 수입차 전시장을 내는 것이다. 혼다의 한 딜러는 3년 전부터 여러 개의 수입차 딜러권에 뛰어들면서 폴크스바겐·포르셰에 이어 올해 벤츠 딜러권까지 따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완성차나 수입차 업체가 아닌 딜러들이 판매망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에 따라 북미 최고의 모터쇼로 평가받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3만 개가 넘는 딜러들의 연합체인 ‘북미딜러연맹’에서 주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입차 판매 경쟁이 심화할수록 딜러들의 권한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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