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신학 모두 왜 사나 해답찾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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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피피는 “지금은 혼자 하지만 다시 밴드를 꾸리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소 거친 분류를 용서하시길. 뮤지션이 대중을 대하는 태도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대중의 보편적 감성에 기대는 ‘포퓰리즘 음악’. 다른 하나는 자신만의 감성으로 대중을 끌어들이는 ‘도도한 음악’.

 이런 분류를 끄집어낸 건 여성 싱어송라이터 로지피피(본명 류성희·27)의 첫 정규앨범 ‘알로하오에(ALOHAOE)’에 제대로 감전됐기 때문이다. 대중을 감전시키는 능력이 남다른 이 뮤지션의 독특한 포지션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신선함과 익숙함이 동거하는 음악. 가요계에선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 걸친 음악이라고도 한다. 이를테면 앨범에 수록된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에선 보편적인 사랑의 멜로디를 늘어놓다가, 타이틀곡 ‘고양이와의 대화’에선 화자와 고양이가 삶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이어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끌어낸다.

 알고 보니 그는 연세대 신학과 출신. 신의 섭리를 탐구하면서 록밴드 보컬로도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도 공부했다. 이토록 다양한 삶을 살면서 몽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 걸까. 음악으로는 어째서 흘러 들게 됐을까.

 “음악과 신학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사는 건지, 이런 실존적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인 거죠.”

 그는 신학적 고민을 음악으로 이어간 듯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작곡을 파고들었다. 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작곡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기타도 피아노도 모두 홀로 익혔다. 로지피피는 “곡 쓰는 과정 자체를 너무 즐겼다. 습작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발표해볼 욕심도 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6년 다섯 곡이 수록된 데모 CD를 만들어서 각종 기획사에 돌렸다. 중견 음반사인 도레미레코드에서 EP 앨범을 냈다. 하지만 별 다른 활동은 안 했다. 이후 싱글 두 장을 더 냈지만, 활동이랄 건 없었다.

 “이번에 10곡짜리 정규앨범을 내면서 뮤지션으로 활동하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만들면서도 어딘가 도발적인 음악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로지피피의 첫 앨범은 모순적이다. 대중적이면서 실험적이다. 첫 곡 ‘Hello’로 문을 열고 마지막 곡 ‘Good Bye’로 문을 닫는 서사적 구성도 눈에 띈다. 그는 “음악을 통해 마침내 도달하고 싶은 지점은 지극한 사랑”이라고 했다. 갓 출발선을 떠난 이 신예 뮤지션이 낯선 사랑의 음악을 마구마구 만들기를. 그가 노래했듯, “우리 생은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외로운 탐험(‘고양이와의 대화’)”이니까.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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