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파문에 코스닥 휘청…개인들 울분

중앙일보

입력

펀드매니저들의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 충격이 코스닥시장을 급랭시키고 있다.

5일 코스닥시장은 개장 초 투자자들이 사건의 여파를 그다지 크게 보지 않은 탓인지 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매양상이 전개됐다.

특히 유통주식수와 자본금이 적어 세종하이테크처럼 작전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형주들은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증시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소형주 위주의 시장이란 점에서 이번 사태로 소형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본격적인 조정을 받게 될 경우 코스닥시장이 한동안 휘청거릴 것으로 우려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7.99포인트(5.26%) 떨어진 143.69로 마감됐다.
오전 한때 137선까지 곤두박질쳐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4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체 종목의 80%가 넘는 4백21개 종목이 하락했고 하한가 종목도 89개에 달했다.

이날 사실상 전종목에 걸친 매도사태는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조사확대설이 여의도에 번지면서 촉발됐다.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에 편입해 운영하고 있는 소형 코스닥종목의 내역을 모두 조사하겠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특히 유명 펀드매니저가 많은 투신사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에 대비해 코스닥 편입종목을 모두 처분키로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매분위기는 거래소시장으로까지 확산돼 종합주가지수도 한때 마이너스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전종목 조사가 코스닥시장에 대해서만 진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소 시장은 전날보다 11.87포인트(1.45%) 올라 830선을 회복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이 이날 특히 휘청한 것은 다음달부터 종합감리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을 계기로 주가조작을 뿌리뽑을 것이라는 증권업협회의 경고가 전해지면서 작전세력들이 일제히 대량 매도에 나선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관은 이날 투신권의 2백20억원을 포함해 4백34억원을 순매도했고 평소 코스닥시장의 불공정 매매관행을 의심해온 외국인들도 대량 매도에 나서 4백5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들은 작전에 휘말리기 쉬운 소형주 장세가 퇴조하고 실적호전 대형주 장세가 올 것이란 예상에 따라 유통주식수가 많은 업종 대표주를 위주로 1천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연구위원은 "시장 전체가 주가조작의 충격에 휩싸여 하락장세를 면치 못했지만 사태가 잠잠해지면 그동안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유통주식수가 많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소외주 장세가 펼쳐질 것" 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측도 이날 코스닥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주식수에 비해 거래량이 저조해 작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유통주식수가 많고 자본금이 큰 종목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번 주가조작의 대상이 된 세종하이테크도 전체 상장주식수(7백46만주)에 비해 하루평균 거래량(52만주)은 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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