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발랑 누워 발길질, 저 참새가 왜 그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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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클레어 킵스 지음
안정효 옮김, 모멘토
192쪽, 9500원

누구나 일상이 특별한 일로 가득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특별한 일은 반복되지 않는다. 설사 그런다 할 지라도 금세 무뎌진다. 다만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필요한 건 관찰력과 애정이다.

 어느 작은 참새와 동거를 아주 특별한 일상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시작은 물론 ‘피아니스트와 참새’라는 아주 이색적인 만남이다. 때와 장소도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런던이다.

 발과 날개가 온전치 못한 길 잃은 아기 참새 한 마리가 집 앞에서 발견된다. 그 위태로운 생명은 혼자 사는 여주인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유아기를 벗어나자 놀랍게도 배변장소를 가렸다. 그릇 꼭대기까지 열심히 기어 올라 가장자리에 버티고 앉아 볼일을 봤다. 걸핏하면 아기나 고양이처럼 발랑 누워서 두 발로 발길질하기를 좋아했다. (새가 말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공연도 했다. 어떤 사람이 미리 고른 카드 한 장을 주인이 다른 카드보다 조금만 앞으로 내밀거나 몰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비밀 신호의 도움을 받아 골라냈다. “공습경보다!”라는 외침에 손바닥으로 만든 방공호로 냉큼 달려 들어가는 귀여운 연기도 선보였다.

 그는 노래도 했다. 단순한 ‘짹짹’이 아니란다. “그것은 지저귐으로 시작되었으며, 짤막한 돈꾸밈음(턴)으로 이어지고는, 어떤 가락의 윤곽이 슬그머니 떠오르더니 (참새의 음역보다 훨씬 높은) 고음이 울리고, 놀랍고도 놀라운 일이지만 떤꾸밈음(비브라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주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일상이었다.

 “내가 연주를 하면 내 손 위에 올라앉아서 음악에 귀를 기울였는가 하면 내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 손목에 자리 잡고 앉아서 내가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가는 글자를 자주 살펴 보았고…”

 알겠는가. 참새의 등장은 아주 잠깐의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참새의 생활을 꾸준히 지켜보고 기록한 이의 관찰력과 애정은 너무도 특별해서 전쟁상황조차 잊게 만들 정도였다. 1953년 영국에서 출판된 책이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사랑 받는 이유는 이렇듯 일상에 대한 아주 사소하고도 특별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처음 나오는 한국어판은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작가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안정효씨가 원문의 절제되고 세밀한 표현을 놓치지 않고 옮겼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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