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이 조합원 권익 실추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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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사협조주의와 실리주의를 극복하겠습니다.” 현대차노조의 문용문(47·사진) 신임 위원장은 노사화합이 “조합원의 명예와 권익을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7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10가지 핵심과제 가운데 첫째로 노사협조주의 극복을 꼽았다.

 정치적 이념을 지향하는 ‘민주현장투쟁위원회’의 성향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 조직은 그가 소속된 현장조직으로 출범선언문에서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단결 실현”을 내세우고 있다. 문 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보 대통합과 2012년 총선·대선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노사간 협조는 노사 모두를 위해 좋은 일 아닌가.

 “사측이 화합을 명분으로 현장을 통제하고 탄압해왔다. 그걸 극복하고 대등한 노사관계 만들라고 조합원들이 우릴 뽑아줬다고 본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노조원들이 반대해왔다.

 “회사와 조합원, 비정규직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뒤 강력 추진하겠다.”

 -노조원의 반대가 재확인되면.

 “설사 그래도 설득시켜서 추진하겠다.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이해할 것이다.”

 -주간 연속 2교대제는 회사 측에서도 이미 동의한 사안이다.

 “어떻게 시행하느냐가 문제다. 임금체계는 정말 잘못됐다. 조합원들이 왜 야근·특근의 과로를 하느냐. 정규시간 임금으로는 생활임금이 안되기 때문이다.”

 주간 연속 2교대제는 현행 주·야간 근무체제(주간조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조 오후 9시~이튿날 오전 6시)를 바꿔 자정까지만 공장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공장가동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을 줄이거나 업무강도를 높여 생산량을 종전수준으로 유지하자는 것이 사측 입장이고, 노조는 임금을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바꿔 임금 총액을 종전수준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일부 조합원은 새 위원장이 강성이라 노사 관계가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기원 기자

◆현대차노조 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법적으로 산별조직인 금속노조에 소속된 19개 지부 가운데 하나의 책임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속 조합원이 4만5129명으로 국내 노동계의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민주노총(59만명)의 핵심조직이 금속노조(15만명)이고, 금속노조는 조합원의 3분의1이 현대차노조원이기 때문. 노조 영향력을 바탕으로 노조위원장 출신이 울산북구청장에 당선되는 등 정치입문 코스로도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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