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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구나, 중국의 젊은 미술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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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전시된 우쥔용(33)의 8분 30초 분량 애니메이션 ‘구름의 악몽’의 한 장면. 그림자극 같기도 한 이 작품 속에선 고깔모자 쓴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 고깔모자는 권력을 상징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가 겪는 혼란상을 풍자한 것으로 읽힌다.

뉴욕을 위협하는 세계 제2의 현대미술 시장으로 부상한 베이징(北京),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아이웨이웨이(艾未未·54) …. 중국 현대미술이 최근 세운 기록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33%로 미국(29.9%)을 앞질렀다. 이런 추세에서 20∼30대 신예까지 함께 주목 받고 있다.

 국내 화랑 역시 이러한 붐에 가세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2287-3500)에서는 10일까지 리칭(李靑·30), 우쥔용(吳俊勇·33) 등 1970년 이후 태어난 중국 젊은 작가 8인의 그룹전 ‘햇빛 쏟아지던 날들’을 연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02-725-1020)에서는 다음 달 4일까지 신예 션팡정(沈芳正·25) 개인전을 연다.

 ‘햇빛 쏟아지던 날들’ 참여 작가들은 이른바 ‘70년 이후 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풍요 속에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다. 장샤오강(張曉剛·53)·웨민쥔(岳敏君·49) 등 미술시장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선배 미술가들과의 차이를 묻자 “힘든 상황에서 작업한 그들이 갈고 닦은 길을 우리가 가고 있다. 그러나 직면한 문제가 다르다 ”(리칭)라고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이들의 작품은 정치적으로 읽힌다. 예컨대 우쥔용의 회화와 애니메이션 속에선 고깔모자 쓴 인물들이 망치로 제단을 내리치거나 용의 머리를 자르는 등의 기이한 행동을 반복한다. 권력자들이 의미 없는 의식과 행위를 반복했던 자국의 혼란상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션팡정(25)의 ‘정말로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나는 내가 그린 바다 속에 뛰어들리’.

 션팡정은 이들보다도 어리다. 쇼를 만들 듯 스튜디오에 꽃이나 채소더미를 설치하고 모델을 분장시켜 그 안에서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중국 전통 채색 인물화인 공필화(工筆畵 )를 이어받되 가볍고, 동화적이고, 풍자적인 정물화·인물화를 그린다. 그는 “선배 화가들과 달리 나는 정치에 관심 없다. (한국의)H.O.T를 들으며 자랐다”고 말한다.

 중국 신예들의 작품은 1500만∼4000만원 수준. 장샤오강 작품의 초창기 가격 수준이다. 향후 기대가치가 반영된 셈이지만 아직 검증은 안 됐다.

 12년째 중국미술을 거래하고 있는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초창기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미술가들도 거기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고 꼬집었다. 그는 “한때 장샤오강·웨민쥔 등을 따라 하는 중국 중견 작가들도 많았지만 불황을 지나면서 이런 사람들은 사라졌다. 결국 작품성을 가려내는 것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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