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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 최은경씨 출퇴근비 21만원 줄인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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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은경씨

한미약품 평택공단에 근무하는 최은경(25·여)씨는 지난 8월부터 출퇴근 길에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차를 처음 장만한 지난해 1월만 해도 월 25만원이던 기름값 지출이 월 30만원으로, 20%가량 치솟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6일 “당시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평일엔 주유소 결제가 대부분이었다”며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가용 이용 시 오전 7시에 수원 영통 집을 출발하면 평택 회사까지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요즘은 오전 6시30분에 집에서 나와 버스(1회 1000원)를 타고 수원역까지 간 뒤 무궁화호 열차(월 정기권 4만4000원)로 갈아타고 평택역에서 내린다. 거기서 출근시간대 오전 7시48~50분에 단 한 차례 운행하는 회사 통근버스를 탄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보다 30분 더 일찍 집에서 나와야 하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는 과정이 번거롭긴 하지만 한 달 30만원이던 교통비는 9만원대로 줄었다. 최씨는 “몸은 힘들지만 당분간은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유가가 일상화되면서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한 묘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직접 기름을 넣는 대신 기름값이 저렴한 ‘셀프주유소’, 화장지·물 등 사은품 없이 최저가에 기름만 판매하는 주유소들이 연일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주변 주유소의 기름값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오피넷’의 이용 화면.

 ◆스마트폰 앱으로 ‘최저가 주유소 찾기’=6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현대오일뱅크 직영 사당셀프주유소. 이곳에서 기름을 넣던 회사원 최주리(31·여)씨는 “스마트폰 앱인 ‘오피넷’으로 검색한 결과 여기가 기름값이 제일 싼 것으로 나와 찾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휘발유가 L당 1964원으로 인근 주유소 두 곳(각각 2112원, 2198원)보다 200원가량 저렴했다. 주유소 고숙종 소장은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후 찾는 손님이 계속 늘고 있다”며 “최근 하루 평균 1400대가량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대문구 연희동 GS칼텍스 연세주유소(6일 기준, L당 1936원)도 주유를 기다리는 차량들로 붐볐다. 사은품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기름값이 싸기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빌딩 임대업을 하는 강재환(62)씨는 “한 달 기름값만 80만~100만원씩 쓴다”며 “기름값만 싸고 품질이 좋다면 선물쯤은 안 받아도 좋다”고 말했다.

 ◆실속형 ‘카풀(Car Pool)’ 대두=경기도 김포시 양곡에 사는 회사원 안승태(34)씨는 최근 집앞 버스정류장에 전단지를 붙였다.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로 서울 신촌까지 카풀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방향이 비슷한 한 명이 연락을 해왔고, 출퇴근 카풀을 시작했다. 기름값 등을 고려해 하루 4000원(왕복)씩 받기로 했다. 안씨는 “예전에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한 적이 있었는데 친한 사이라 비용을 제대로 나누기 어려웠다”며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올라 이번에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과 카풀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지혜·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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